《인문사회》 5천년전의 신발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8-28 01:25


5천년전의 신발





20세기에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요즘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가 힘들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명되는’ 새로운 미디어가 좋은 예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발명되고 수백년이 지나 영화가 등장했던 속도에 비교하면 최근 미디어의 발달 속도는 광속도이다. ‘미친 속도’이다. ‘기성 세대’가 되고 싶지 않은 많은 이들은 열심히 따라 해본다. 그러나 곧 포기하고, 저항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감각적이고 실체 없는 이미지에 탐닉하느니 뭐니 하며 세상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낙담할 것 없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더 많다. 어느 첨단 공학분야에서는 몇 주전이 아닌, 수개월전의 자료를 인용한 논문은 고문서 취급한다고 하지만, 인문·사회분야에서는 아직도 공자왈 맹자왈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록은 아직도 인쇄된다. 수천년전의 텍스트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1991년 알프스 만년설에서 신석기 시대 인간의 미라가 발견된 적이 있다. 모자·가죽옷·신발을 착용한 그 생생함이 기존의 선사시대 인간중 가장 완벽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중 신발이 인상적이다. 최근 신발전문가들이 짐승 가죽과 마른 풀로 만든 그의 신발을 재현해 보았더니 그 편리함과 기능성이 웬만한 현대인의 신발보다 훌륭했다고 한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굽 높은 현대의 구두와 비교하면 수천년의 진보치고는 초라하다. 뭔가 엄청 달랐을 것이라는 상상이 우습다. 하기야 인간의 삶이 변하면 얼마나 변했을 것인가. 새로운 것을 따라하지 못한다고 자학하고, 잘따라하는 신세대를 미워할 것도 없다.


소크라테스는 문자의 등장을 비판했다. 기억을 문자라는 기호에 의존하면 기억력이 퇴화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문자 없이 대화로 철학을 했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소크라테스를 무시하지 않는다. 인생은 인류가 축적해 놓은 그 좋은 것을 다 누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다만 패션은 조금 신경써야 할 것 같다. 5,000년 전의 신발을 그대로 신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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