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멍'은 단순히 물을 바라보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명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 를 떠올리면, 물은 우리에게 삶의 철학을 가르치는 가장 훌륭한 스승이 된다. 그러나 물은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홍수와 해일로 모든 것을 휩쓸기도 한다. 그 양면성을 함께 담아 보았다.
물멍이 가르쳐 준 인생
잠시 흐르는 물을 바라본다. 말없이 흘러가는 물줄기를 바라보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도 조금씩 가라앉는다.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물멍'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다시 만나는 명상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하였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꺼리는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물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 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겸손을 가르친다. 어떤 그릇에 담겨도 불평하지 않고 자신을 맞추며 유연함을 보여 준다.
바위를 만나면 부딪쳐 깨뜨리려 하지 않고 돌아가며 지혜를 일깨운다. 쉼 없이 흘러가며 끈기의 가치를 보여 주고, 자신을 내어주어 생명을 키우며 베풂을 실천한다.
맑을 때는 모든 것을 비추어 정직을 가르치고, 때를 만나면 얼음이 되고 수증기가 되어 변화와 적응의 힘을 보여 준다.
그러나 물은 언제나 부드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잔잔한 시냇물도 폭우를 만나면 거센 홍수가 되고, 평온한 바다도 태풍 앞에서는 거대한 해일이 된다. 생명을 살리는 물이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선한 마음을 잃으면 부드러움은 나약함이 되고, 힘은 폭력이 된다. 절제되지 않은 권력과 욕망은 둑을 넘친 물처럼 공동체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물은 "부드러워야 하지만 원칙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또 하나의 교훈을 전한다.
물은 자신의 길을 고집하지 않는다.
산을 만나면 돌아가고, 바위를 만나면 감싸며, 시간이 흐르면 단단한 바위마저 깎아 낸다. 힘이 아니라 인내가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을 물은 말없이 증명한다.
물멍을 하다 보면 흐르는 물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지금 나는 너무 높은 곳만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너무 강하게만 살려고 애쓰지는 않았는가.
누군가를 적시고 살리는 물이었는가, 아니면 상처를 남기는 거친 물결이었는가.
인생은 결국 어떤 물이 되어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여정이다. 생명을 살리는 샘물이 될 것인가, 모든 것을 삼키는 거센 물결이 될 것인가.
오늘도 말없이 흐르는 물은 우리에게 묻는다.
"낮은 곳으로 흘러 많은 생명을 살리는 물이 되겠는가, 아니면 욕심으로 넘쳐 모두를 흔드는 물이 되겠는가."
물은 정지하고 멈추면 썩지만, 사람은 배우기를 멈추면 마음이 메마른다.
그래서 물멍은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물처럼 맑고 겸손하며, 그러나 절제와 원칙을 지키는 삶을 다짐하게 된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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