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23/1)] 코스모스,이효상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8-31 06:34



'코스모스'


색동저고리

순이가 

그립다

코스모스야

/ 이효상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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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의 뜰

이효상의 「코스모스」는 놀랄 만큼 짧은 동시다. 그러나 짧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정서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네 줄의 짧은 언어 속에 유년의 기억과 고향의 정취,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흘러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화자는 코스모스를 바라본다. 그러나 눈앞에 피어난 것은 단순한 가을꽃이 아니다. 코스모스는 어느 순간 기억의 문을 열어젖히는 매개체가 된다.

꽃을 바라보는 순간, 색동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었던 어린 순이가 떠오르고, 함께 뛰놀던 어린 시절의 풍경이 되살아난다.

특히 ‘색동저고리’와 ‘순이’와 ‘코스모스’라는 세 낱말의 배치가 인상적이다.
색동저고리는 유년의 빛깔이고, 순이는 그 시절의 얼굴이며, 코스모스는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시간의 다리다.

시인은 긴 설명을 하지 않는다. 독자는 세 단어만으로 한 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스스로 그려내게 된다.
우리에게도 누구나 돌아갈 수 없는 시절 하나쯤은 있다. 가난하고 춥고 배고팠던 어린 날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이상하게 아름다운 동화가 된다.

같이 뛰놀고 공부하던 친구들, 골목길, 흙길, 돌부리 하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깃든다. 그래서 고향은 단순히 태어나 자란 장소가 아니라 기억이 머무는 마음의 집인지도 모른다.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한때 우리를 품어주시던 집안 어른과 마을 어른들이 하나 둘 떠나고, 어느덧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 마을의 어른이 된다.
그리고 그 친구들마저 어느새 ‘상어른’이 되어 서로의 흰머리를 바라보며 지난날을 이야기한다.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타향에서 직장을 따라, 일터를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고향의 추억은 때로 삶을 견디게 하는 작은 양식이 된다. .

현실은 팍팍해도 마음속 고향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 한 송이, 어린 순이의 웃음 한 조각을 꺼내 먹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코스모스」는 그래서 단순한 어린이의 동시로만 읽히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눈으로 쓴 짧은 시가 세월을 건너 중년과 노년의 가슴을 두드리는 시가 된다.

어린이는 코스모스를 보고 꽃을 생각하겠지만, 어른은 그 꽃에서 자신의 지나간 시간을 발견한다.

가을이다. 들녘에는 황금빛 벼가 익고,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린다. 혹시 우리도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고향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길을 걷고, 어린 날 뛰놀던 들판을 바라보며, 눈을 감기 전에 마음속의 ‘순이’와 친구들을 한 번쯤 불러보는 것이다.

코스모스 한 송이가 유년을 불러내듯, 고향은 우리에게 잊고 살았던 나 자신을 다시 불러낸다.

이효상의 짧은 동시 「코스모스」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 줄의 시가 지나간 한 생을 불러내고, 한 송이의 코스모스가 우리를 다시 어린 날의 뜰로 데려간다.

특히 “친구들이 상어른 되고 너도 나도 따라 늙어 간다”

폼페이 최후의 날은 야금야금 다가 오고 있나니

풍성한 가을 날
눈 감기 전에 두 다리 성할 때 고향을 한 번 둘러 봄이 어떨까

권오정 문화부장/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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