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경계를 지우며 퍼지는 사랑의 파문…김멜라 '이응 이응'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9-04 09:40

아르헨티나 문학 거장 세사르 아이라 대표작 '유령들'


이응 이응이응 이응 [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이응 이응 = 김멜라 지음.


사랑과 욕망, 퀴어성 등 주제를 독특한 환상성으로 그려온 소설가 김멜라의 세 번째 소설집. 제15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인 '이응 이응'을 비롯해 여덟 편이 수록됐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지하철은 왜 샛별인가'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벌어지는 지하철을 무대로 인간의 분노를 먹고 자라는 '저퀴'와 지하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는 '잡귀'가 등장한다. 괴담과 판타지의 형식을 빌려 분노와 혐오에 맞서는 사랑과 연대의 가치를 묻는 작품이다.


표제작인 '이응 이응'은 인간의 성적 욕망을 해소해주는 기계 '이응'이 상용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할머니와 반려견을 잃은 뒤 깊은 상실감에 빠진 주인공이 성적 욕망 없이 포옹을 나누는 모임에 참석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욕망과 사랑,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시선에 가만히 물음표를 던진다.


나와 타자, 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 사이의 굳은 경계를 허문 자리에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김멜라만의 '포스트휴머니즘' 세계가 펼쳐진다.


문학과지성사. 388쪽.


유령들유령들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유령들 = 세사르 아이라 지음. 엄지영 옮김.


아르헨티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사르 아이라의 대표작이 국내 처음 번역됐다.


소설은 12월 31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한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에 입주 예정자들이 찾아오고, 송년 파티를 준비하는 사람들 곁에 벌거벗은 유령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누구도 유령을 특별히 두려워하지 않는다. 외려 너무 자연스럽게 현실에 섞여 있는 유령들 때문에 현실 자체가 낯설어진다.


특히 파트리라는 소녀가 유령들에게 이끌리는 과정은 작품에 묘한 매혹과 불안을 동시에 불어넣는다


작가는 '존재'와 '부재'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 아직 사람이 살지 않는 아파트에는 미래의 삶이 깃들어 있고, 죽은 유령은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를 활보한다. 현실과 비현실, 완성과 미완성, 현재와 미래, 삶과 죽음의 구분은 희미해진다.


이런 설정은 세사르 아이라의 문학관도 연결된다. 작가는 '만들어진 것'과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의 차이를 탐구하며 그 두 가지 상태가 구별되지 않는 예술이 바로 문학이라고 설명한다.


"현실의 제약이 최소한으로 줄어들어, 실현된-것과 실현되지-않은-것이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인 예술, 유령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한순간 현실 그 자체가 되는 예술 역시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그런 예술이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문학이리라." (80쪽)


문학동네. 212쪽.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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