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혼

‘황혼 이혼’을 한 80대 할아버지가 얼마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할아버지는 재혼한 부인과 3년전 이혼했고, 이혼한 2명의 부인 및 자녀들과 연락도 없이 홀로 지내왔다고 한다. 이 할아버지는 “혼자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 나의 죽음을 세상에 알려달라”는 메모를 남겼다.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황혼 이혼의 그림자를 보는 것 같다.
‘황혼 이혼’은 1990년대 일본의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남편의 정년퇴직이나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뒤 주로 아내의 요구에 의해 부부가 갈라서는 노년기 이혼이다. 남편의 퇴직금을 위자료로 받을 수 있으니 새 출발을 위한 경제적 여건은 마련되는 셈이다. 정년퇴임을 맞는 적잖은 남편들은 그동안 아내에게 잘못한 일들이 없었는지 내심 긴장되고 불안할 것이다. 이 와중에 나리타공항은 황혼 이혼의 한 상징적 장소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막내의 결혼식에 이어 신혼여행을 떠나보낸 후 부부가 남남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혼 이혼의 증가로 일본의 50~60대 남자들은 ‘가을비에 젖은 낙엽’으로 불린다고 한다. 황혼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매달리는 남자들이 흡사 옷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비에 젖은 낙엽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내놓은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의하면 20년 이상 함께 살아온 부부의 이혼은 지난해 4만4천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당연히 황혼 이혼도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매를 맞고 더는 못살겠다. 그동안 어린 자식을 생각해 참고 살았는데, 환갑을 앞둔 나이에도 매맞고 살아야 하느냐”는 한 50대 후반 여성의 말은 이같은 상황의 일단을 말해준다. 자식들을 위해, 그리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참아왔던 여성들이 자기 삶을 찾으려는 것이다.
이혼에 이른 가정사 내막이야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경제계 수장의 ‘이혼’ 소식이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황혼 이혼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니 남편들이 마냥 손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