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국·송선미가 그리는 인간의 욕망…"본능과 욕망 봉인 해제"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24 14:56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서 스탠리, 블랑쉬 역


내달 8∼11일 마포아트센터서 공연…"극 중 인물들에 관객들 공감할 것"


배우 송선미, 송일국 (왼쪽부터)배우 송선미, 송일국 (왼쪽부터) [마포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인간이 가진 본능과 욕망을 봉인 해제하고 완전히 쏟아붓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참 행복하게 연습하고 있어요."(송일국)


"블랑쉬라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싶다가도, 관객을 만나는 날까지 오직 연기로만 스스로를 증명해내겠다는 마음뿐입니다."(송선미)


미국 현대 희곡의 거장 테네시 윌리엄스의 명작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내달 8∼1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무대에 오른다.


1947년 초연 이후 퓰리처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 작품은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몰락한 귀족 출신 블랑쉬와 거칠고 현실적인 노동자 스탠리의 극렬한 충돌과 파국을 그린다.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배우 송일국과 송선미는 작품과 인물에 깊이 몰입한 모습이었다.


이번 무대는 기존 블랑쉬 중심의 구도에서 벗어나, 스탠리의 야만성과 폭력성에 보다 선명한 포커스를 맞춘 연출이 특징이다.


배우 송일국, 송선미 (왼쪽부터)배우 송일국, 송선미 (왼쪽부터) [마포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송일국은 거칠고 현실적인 스탠리 역을 맡아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나선다. 친근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날카로움을 보여주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외형과 말투 하나까지 캐릭터에 맞춰 다듬어내고 있다.


송일국은 "스탠리의 폭력이 결코 미화되어서는 안 되지만,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관객에게 설득하는 것이 숙제"라며 "전쟁의 트라우마와 홀로 살아남았다는 생존 본능,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약함이 폭력이라는 형태로 표출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에서 대사를 연습할 때 아내가 걱정할 정도로 대사 사이사이에 욕설을 섞어가며 인물의 거친 결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연출님도 연습할 때 제가 거친 모습을 보여주고 야만성을 표출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스탠리가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배우 송선미, 송일국 (왼쪽부터)배우 송선미, 송일국 (왼쪽부터) [마포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송선미는 몰락한 남부 명문가 출신으로, 상처를 숨긴 채 환상 속에 살아가는 블랑쉬 역을 맡았다.


그는 기존의 부드럽고 편안한 음성을 벗어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 같은 블랑쉬의 뾰족함을 표현하고자 발성까지 새로 가다듬었다.


송선미는 "블랑쉬가 그저 무력한 피해자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철저하고 처절하게 지켜내려 애쓰는 인물로 보이길 바란다"며 "그의 욕망은 사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안전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지극히 단순한 희망"이라고 설명했다.


두 배우는 고전 희곡이 가진 시대를 초월하는 힘과 현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전했다.


배우 송일국, 송선미 (왼쪽부터)배우 송일국, 송선미 (왼쪽부터) [마포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송일국은 "고전이지만 연습을 하면 할수록 결국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며 "현대인들은 내면의 상처와 괴로움을 잊기 위해 말초적인 자극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특정한 무언가에 몰두한다. 그렇기에 극 중 인물들이 가진 트라우마와 뒤엉킨 욕망을 보며 관객들은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선미는 작품 속 블랑쉬의 대사인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해 왔다'는 구절을 언급하며 타인에 대한 연민과 따뜻한 시선의 중요성을 짚었다.


송선미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타인이 건네는 작은 미소나 친절 한 마디가 삶을 살아내게 하는 큰 위안이 되곤 한다"며 "관객분들이 이 연극을 보며 '나의 욕망은 뭘까?' 생각해보는 동시에 위로와 위안을 얻게 되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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