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영업비밀 유출 전 개발팀장·경쟁사 대표 나란히 실형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9-25 13:16

개발 능력 없던 경쟁사, 통신 모듈만 수정해 납품…반성·피해회복 없어 실형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이전 직장에서 쓰던 반도체 부품 제조 장비의 제어 프로그램을 빼돌려 이직한 회사에서 무단으로 사용한 전직 팀장과 이를 공모한 업체 대표가 1심에서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 [촬영 권준우]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단독 강영선 판사는 업무상 배임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개발팀장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범행을 공모한 경쟁업체 대표 B씨에게는 징역 8개월을, 해당 법인에는 벌금 7천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의 장비 개발팀장이던 A씨는 2017년 9월 퇴사하며 공정 제어(PLC) 프로그램 등을 반납하지 않고 무단 반출한 뒤 경쟁업체인 B씨의 회사로 이직해 이를 무단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비의 온도와 가스 투입량 등 구체적인 공정 절차가 담긴 해당 프로그램은 피해 회사의 핵심 자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회사는 자체적인 프로그램 개발 능력이 없었으나, A씨가 무단 반출한 PLC 프로그램의 일부 통신 모듈만 수정한 뒤 원본과 90% 이상 동일한 상태로 전자장비에 탑재해 4억1천만원 규모의 납품 계약을 따내는 등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해당 프로그램은 피해 회사가 과거 타사의 기술을 베낀 것에 불과해 영업비밀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 회사가 과거 타사 도면을 참고한 적이 있더라도, 이후 수년간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자사 장비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완성했으므로 엄연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직원들에게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는 등 기술 보호를 위한 사측의 조치도 인정됐다.


강 판사는 "피고인들이 사용한 영업비밀은 피해 회사가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취득한 자산"이라며 "기술 유출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방지하고 범죄 유인을 차단하기 위해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 회사가 상당한 규모의 손해를 입었음에도 피고인들은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피해 회복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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