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소리 될 때까지"…발달장애 딛고 빚어 낸 앙상블 합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9-25 13:21

발달장애인 6명 '장천하 그린 앙상블'…내달 LA·뉴욕 첫 해외무대


연습하는 장천하 그린 앙상블연습하는 장천하 그린 앙상블 [촬영 정다움]


(전남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이마에 맺힌 땀을 닦을 새도 없이 장애를 가진 단원 6명의 손은 악기로 향했고, 저마다 다른 소리는 하나의 합주곡을 만들어냈다.


지난 22일 오후 전남광주 남구장애인복지관 한편에 마련된 합주 연습실에는 아리랑의 구슬픈 선율이 몇번이고 되풀이됐다.


첼로·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음 위로 플루트의 맑은 소리가 얹혔고, 피아노·마림바가 선율을 채우자 드럼이 박자를 보탰다.


한시간 남짓 이어진 연습에 단원들의 얼굴에서 난 땀은 턱을 타고 흘러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6개의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질 때까지 누구 하나 악기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차오르는 흥에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춤을 추는 '돌발 상황'(상동행동)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자신의 연주 차례가 다가오자 단원은 금세 악기로 시선을 돌렸다.


이들은 20대 발달장애인 6명으로 꾸려진 '장천하 그린 앙상블' 단원들이다.


꿈을 그린다는 의미의 '그린'에 '장애를 뛰어넘는 천상의 하모니'의 줄임말인 '장천하'가 더해졌는데, 한달 앞으로 다가온 첫 해외 공연을 위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습을 일과로 삼고 있다.


그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거나 대학에서 음악 관련 학과를 전공한 단원들은 2021년 남구 장애인예술단이 만들어진 뒤 하나둘 모여 손발을 맞춰왔다.


앙상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기 편성에 맞춘 것이 아니라 단원들이 저마다 다룰 수 있는 악기를 모은 탓에 처음부터 합이 맞았던 것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악기 소리를 듣고 자신의 연주를 맞추는 과정을 3년 남짓 반복했고, 실력을 거듭해 닦은 결과 지난해 처음으로 출전한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GMF)에서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거머쥐었다.


연습하는 장천하 그린 앙상블연습하는 장천하 그린 앙상블 [촬영 정다움]


피아노를 맡은 정기림(27) 씨의 어머니이자 앙상블을 이끌어온 김은영(57) 음악감독은 "단원마다 장애 특성과 개성이 달라 하나의 하모니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해외 무대를 응원하는 지역사회의 손길도 이어졌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전남광주 남구가 앙상블의 미국 공연을 위한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에 나섰고, 당초 목표액 1억원의 3배가 넘는 3억1천200만원이 모였다.


단원들은 다음 달 27일부터 남구의 우호협력도시가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을 찾아 LA한국문화원·LA시청·유엔본부에서 초청무대를 선보인다.


대중음악을 자체 편곡한 K팝, 아리랑, 가수 김수희의 '남행열차'을 30여분 동안 연주할 예정이다.


연습을 마친 첼로 연주자 최필립(22) 씨는 다소 어눌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첫 해외 공연을 앞둔 마음을 전했다.


최씨는 "미국 공연이 부담되기보다는 설레고 떨린다"며 "밥을 먹는 것처럼 매일 연습하고 악기에서 손을 놓지 않은 결과같다"고 미소 지었다.


남구는 이번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공연을 확대하고, 전국 문화단체와의 교류 기회를 넓혀 앙상블의 대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고향사랑 지정기부금으로 모인 성금이 장애예술인들의 문화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며 "장천하 그린 앙상블이 남구를 대표하는 장애예술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남구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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