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금주 권고, 사고 이틀 전에도 술 마시고 운전대 잡아
부산지방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경련성 발작 병력이 있고 의사로부터 금주와 발작 유발 요인을 피하라는 권고를 받고도 이를 지키지 않고 운전하다 발작을 일으켜 인도에 있던 보행자를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12단독 박병주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6시 38분께 부산 동래구 한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경련성 발작을 일으켜 인도에 서 있던 60대 남성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00년께 처음 발작을 일으켜 입원 치료를 받은 뒤 관련 치료를 계속 받아왔고, 사고 3개월 전인 지난해 8월에도 경련성 발작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A씨에게 음주와 수면 부족 등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A씨는 이후 예약된 신경과 외래 진료에 여러 차례 가지 않았고, 사고 이틀 전에도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사고 당시 갑작스러운 경련성 발작으로 심신상실 상태였고, 과거 발작 횟수가 많지 않아 운전하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판사는 A씨가 사고 몇 달 전에도 발작을 경험했고 발작 증상이 다시 나타날 경우 신체를 제어하지 못해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A씨가 평소 자주 술을 마셨던 정황도 판결문에 담겼다.
지난해 8월 발작 당시 병원 기록에는 A씨가 일주일에 3차례가량 상당량의 술을 마시거나 평소 매일 음주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담당 의사는 과거와 지난해 8월 발생한 발작 모두 알코올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에게 금주를 강하게 권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판사는 "경련성 발작 증상이 발생할 염려가 있는 경우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이를 의사 등으로부터 고지받지 않더라도 자동차 운전자로서 당연히 준수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라면서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고 유족과 합의하거나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