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이란·우크라 두 전쟁 향방은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11-05 10:11

이란 전쟁 '선거 패인' 인정했지만 '전승 의지' 커질수도


우크라에 민주당 승리 호재지만 트럼프 타협 압박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번 미국 중간선거 완패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그가 해결해야 할 국내외 주요 현안 가운데 이란 전쟁의 향방은 단연 전 세계적 관심사다. 이번 선거 판도를 좌우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겪는 에너지 공급망 불안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선거 이후 이들 두 전쟁의 방향엔 두 가지 상반된 힘이 작용할 전망이다.


전쟁의 경제적 비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출구를 찾으라는 압박이 되겠지만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의 정치적 성향 탓에 해외에서 새로운 승리를 만들어내야겠다는 의지가 강화될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이란 전쟁은 외교·안보 문제를 넘어 생활비 문제가 됐다.


CNN은 4일 전문가를 인용, "이란 전쟁이 없었다면 중간선거의 양상이 크게 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이 연료와 물류, 비료 가격으로 번지면서 전쟁의 청구서가 미국 가계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패배에 대해 "이란도 일부 원인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란 전쟁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정치적 손실을 인정하는 것과 전쟁 결정을 철회하는 것은 별개인 셈이다.


민주당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압박은 예산과 감독 권한이다. 전쟁 비용을 따지고 안보 당국자들을 청문회에 세우며, 인준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추가 군사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


스타드에너지의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전쟁 예산과 인준을 심사하면 추가 공습보다 호르무즈 해협 합의를 추구하라는 제도적 압력이 커진다"고 전망했다.


중동에서 작전중인 미군 F-35C 전투기중동에서 작전중인 미군 F-35C 전투기 [US NAVY/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민주당이 새 의회의 입법권한 행사를 주도하는 것은 내년 1월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두 달간 군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새 의회가 출범한 뒤에도 해외에 배치된 미군의 예산을 끊는 선택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민주당의 승리를 곧바로 '확전 금지 명령'으로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패배자로 보이기를 거부하는 그가 해외에서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회복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시사 평론가 나딤 코테이치는 BBC에 "트럼프는 미국 유권자와 이란 양쪽에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패배가 군사적 자제로 이어지기보다 오히려 행동의 유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의 국내 정치도 변수다. 지난달 총선으로 실권할 위기가 커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 전까지 기간을 기회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 재개를 더욱 요구할 수 있다. 이란 전쟁이 대규모로 재개되면 연정 구성 상황도 바뀔 수 있다.


시간이 촉박해진 두 지도자가 강공을 구사할 정치적 필요가 커진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이내로 종결할 수 있다고 장담했던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국제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에는 민주당 승리가 호재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의회가 우크라이나 직접 지원 재개를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회가 지원 예산과 제재 입법을 다시 논의한다면 우크라이나 정부에는 백악관 이외의 정치적 통로가 강화되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 의회가 예산을 승인하는 것과 무기를 실제로 전달하는 것은 다르다. 우크라이나 가톨릭대의 정치학자 드미트로 셰렌호우스키는 WSJ에 "군사 지원의 운영과 제재 집행에 관한 상당한 결정권이 행정부에 남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지원을 확대하려 해도 백악관의 협조 없이 정책을 온전히 바꾸기는 어려워 의회의 변화가 전장의 효과로 이어지려면 의회와 백악관의 조율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바꾸라는 압박이 아닌 미국인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라는 요구로 해석할 수도 있다. BBC는 그가 러시아산 경유 구매를 위해 완화한 제재를 연장하거나 확대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란 전쟁이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릴수록 러시아산 에너지의 공급 확대를 선택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이 두 전쟁의 접점이다. 이란에서 발생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려는 정책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압박을 약하게 만들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BBC는 또 선거 패배로 상처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성과를 확보하기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영토 양보를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전쟁의 향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패배를 정책 수정의 신호로 받아들일지, 해외에서 더 큰 승리를 연출하라는 동력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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