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칼럼》'규제 족쇄' 채운 메가프로젝트, 노동 유연성 없이 성공 없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1-03 13:10

'규제 족쇄' 채운 메가프로젝트, 노동 유연성 없이 성공 없다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 균형발전의 기치를 내걸고 추진 중인 ‘메가프로젝트’가 첫걸음부터 심각하게 삐걱거리고 있다. 호남권 반도체, 충청권 첨단산업, 영남권 인공지능(AI)을 축으로 삼아 대규모 규제 완화와 자본을 투입하겠다는 이 국가적 핵심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결정할 중차대한 과제다. 대통령이 직접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한다"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입법 과정에서 불필요한 제동이 걸렸다. 당초 9월 발의 예정이던 특별법은 노동시간 특례를 둘러싼 이견으로 표류하다가, 10월 말에야 ‘초광역특구법’이라는 이름으로 간신히 발의됐다. 명칭만 바뀐 미봉책으로 글로벌 첨단전쟁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한민국 성장의 발목을 잡아 온 고질적인 '노동 규제'와 노동계의 집단 이기주의에 있다. 메가특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혁신 기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와 시장 수요에 맞춰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유연한 노동 환경'이 절대 필수적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특례가 허용되면 근로기준법 체계가 무력화된다는 낡은 명분을 앞세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다.

이러한 반(反)기업적 정서와 경직된 규제에 가로막혀 타협 없는 평행선만 달린다면, 메가프로젝트는 시작하기도 전에 사장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아무리 수조 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려 한들, 정작 기업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누가 이곳에 투자를 하겠는가. 결국 특구는 신산업 유치라는 무늬만 띤 채, 규제에 묶여 제대로 가동조차 되지 못하는 ‘박제된 공간’이자 예산 낭비의 현장으로 전락할 뿐이다.

글로벌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는 우리의 주 52시간제가 얼마나 기업의 손발을 묶는 시대착오적인 족쇄인지 여실히 증명한다. 세계 기술 혁신과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연방공정근로기준법(FLSA)에는 국가가 기업의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경직된 '최대 근로시간 제한' 규정이 아예 없다. 대신 주 4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할 경우 기본급의 1.5배를 지급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철저하게 시장의 자율성과 유연성에 맡겨두고 있다. 근로자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기업에는 집중적인 R&D와 생산을 가능케 하는 초국가적 경쟁력의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 첨단산업 전쟁은 1분 1초를 다투는 치열한 속도전이다. 경쟁국 기업들이 밤낮없이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치고 나갈 때, 대한민국 기업들만 규제에 막혀 강제로 모니터를 꺼야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로는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메가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기 위해서는 노동 규제의 과감한 철폐가 시급하다. 노동계의 눈치를 보며 특별법 이름이나 바꾸는 유약한 태도로는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노동 유연성을 확립하는 것만이 대한민국 미래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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