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APEC 이후 전망"…中, APEC 주요 의제 가려질 가능성 우려할듯
APEC 기간 열릴 가능성도 제기…"북미 앞서 북중 정상회담 예상"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UPI=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북한과 중국의 고위급 교류가 잇따르면서 오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중·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최근 북중 관계 개선이 북한의 경제발전 구상과 외교적 입지 확대를 위한 포석일 수 있다면서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시점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6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왕이웨이 교수는 북중 교류 확대를 양국 관계 차원에서만 이해해서는 안 되며 북한이 다음 단계의 외교·경제 발전을 준비하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중은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과 올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관계를 강화해왔다.
지난달 15일에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완공 12년 만에 개통됐고, 김 위원장은 같은 달 24일 중국 단둥을 깜짝 방문해 중국 권력 서열 4위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만났다.
이달 들어서는 김성남 조선노동당 국제비서가 중국을 찾아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회동하는 등 고위급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왕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과거와 다른 안보 환경을 확보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경제발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방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등한 모습을 부각한 데 이어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강대국 이미지를 구축하려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중간선거 패배로 외교적 성과를 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왕 교수는 다만 북미가 정상회담을 원하고 중국도 환영할 것이라면서도 회담이 성사된다면 APEC 정상회의 이전보다는 회의 이후 별도 일정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APEC보다 먼저 열릴 경우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APEC의 주요 의제가 가려질 수 있다는 이유다.
왕 교수는 "중국·미국·러시아 정상들이 모두 APEC에 참석한다면 3국 정상 간 접촉이 이뤄질 수 있지만 공식적인 3자 또는 북중미러 4자 회담보다는 양자 접촉이나 비공식 회동이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북한을 포함한 다자 정상회담을 개최할 경우 특정 국가들끼리 결집하는 소규모 진영으로 비칠 수 있고,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발판으로 미중러와 대등한 강대국으로 부각되는 상황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싱가포르 유소프 이샥 동남아연구소의 리량푸 선임연구원은 APEC 기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리 연구원은 중국 외교부가 최근 미중러 정상회담 문제를 관련국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근거로 3국 정상 회동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고 평가했다.
또 북중 고위급 교류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선전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은 APEC 회원이 아니어서 김 위원장이 선전을 방문하려면 정상회의 참석과는 별도의 외교적 계기가 필요하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중 정상회담이 먼저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북중 정상회담을 먼저 개최함으로써 중국이 북미 대화 성사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각해 외교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 연구원은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외교적 성과가 필요할 것이라며 중국도 가능한 범위에서 북미 회담 성사를 도울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고 미중 무역 휴전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하려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의 허쯔언 조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힐 수 있어 김 위원장과의 회담 의지가 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설령 북미 정상이 만나더라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중국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집중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인 만큼 시 주석이 외교 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예측하기 어려운 지도자인 만큼 회담 개최 여부에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