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詩人 예찬

어느 모임에서 변호사인 후배가 자기 아들이 최근에 대학을 졸업하고 시인으로 등단을 했는데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자식이 셋 있어도 모두 기업가를 만들려고 하거나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세태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시인은 세속에 물들지 않고 남과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특이한 사람이다. 성직자는 아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덧없는지 알려주고 우주의 복음(福音)을 전한다. 철학자는 아니지만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으려 하는 별난 사람이다.
'시인' 하면 먼저 떠오르는 기라성 같은 이름들이 있다. 김소월, 김영랑, 신석정, 유치환, 김현승, 서정주, 조지훈 등이다.
짧거나 힘든 인생을 살았지만 주옥같은 시를 써서 어느 성직자나 철학자 못지않게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가르침을 주신 분들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그 이름들은 예사롭지 않다. 그냥 생각만 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마법 같은 이름들이다.
우리 마음속 어딘가엔 대자연의 마음, 우주의 마음이 잠재하고 있으나 세상사에 억눌려 잊고 지내고 있다.
이런 마음을 끄집어내 주는 데는 시인이 으뜸이다. 짧지만 강력한 시구 하나가 두꺼운 경전이나 어려운 철학책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시는 감정에 호소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감정은 진실이다. 거짓이 없다. 가짜뉴스 같은 것은 발붙이지 못할 영역이다.
예를 들면, 불현듯 찜찜한 느낌이 든다면 이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도 부인할 수도 없다. 이성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으나, 감정이 눈치채고 미리 신호를 보내주는 것이다. 이러하니 감정에 호소하는 시 한 수가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시인의 세상살이는 어렵고 이 세상도 시 쓰기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이런 자조적으로 보이는 시구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반어적 표현이고, 시 쓰는 일이 부질없어진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메말라지겠는가.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명시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 창조되는 것이고 시인 스스로도 시를 쓰지 못한다면 너무나 절망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말이 그렇지, 아무리 세상살이가 힘들어도 시인은 금결 같은 은결 같은 옥 같은 시를 지어 우리를 감동시키고 가르침도 주는 멘토 역할을 계속해줄 것이다.
이렇듯 시인은 속인(俗人)들과는 다른 고귀한 업(業)을 가진 사람이다.
이러하니 집안에 시인이 나왔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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