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난 것, 새로 만들어 갈 것
한국은 지난 50여 년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세계적 자유무역 환경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다. 이웃에는 별 제약 없이 우리의 중간재 상품을 바리바리 실어 나를 수 있었던 중국 시장이 있었다. 그러나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이 "이제 자유무역 시대는 끝났고 다시 오지 않는다"고 말했듯이 세계 시장은 보호주의 시대가 돌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품질의 전력을 넉넉하게 쓰던 한국이 인공지능(AI) 시대와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전력 수급도 불안해지고 싼 전기 시대도 끝나가는 것 같다.
수차례 경제위기 속에서도 난관을 돌파한 것은 이러한 우호적 무역 환경과 에너지 상황뿐 아니라 '무소의 뿔'같이 세계로 돌진한 기업인 집단과 이들과 같이 호흡을 맞추며 산업지도를 그리고 기업의 애로사항은 발 벗고 해결하려던 열정적 경제관료 집단의 쌍두마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인들의 세계와 미래를 향한 투자는 조랑말 같은 한국 자동차 포니를 만들어 미국 시장을 뚫고, 한국은 반도체 산업보다는 반도체를 활용하는 산업이 수준에 맞다고 비아냥거리던 일본 기업의 시각에 대해 보란 듯이 세계 최강 반도체 생산국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기업이 이러한 모험 투자를 할 경우 주주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고, 이를 부추기는 외국의 행동주의펀드도 있다. 또 밤샘 연구개발도 노동법상의 규제로 여의치 않다. 경제관료들도 새로운 일, 규제를 깨는 일 같은 것은 감사·조사·청문회 등으로 몸을 사리는 형편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못 올 것에 대해 미련을 갖지 말고 새로운 생태계 속에서 새로운 경제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는 역발상이 그 동력이다.
기후변화로 제조업·건설업이 타격을 받으면 기후 적응 산업·기후테크 산업·배출권 거래 산업 등을 육성하고, 또 이를 선도적으로 해외에 진출시킬 수 있다. 미국이 관세를 물리고 중국 시장이 닫히면 일본과 새로운 경제권을 만들고, 동남아·중동 등 글로벌 사우스에 소비재로 청년 소비층을 공략할 수 있다. 한국은 K브랜드가 있지만, 중국의 C브랜드 세계화는 멀었다. 한국은 조선, 방산, 원전과 패션, 푸드, 뷰티 등이 줄을 서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도 분발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AI의 원천기술은 늦었지만 AI의 산업 융합으로 생산성 향상과 성능의 다양화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산업 자동화나 디지털화도 시작은 늦었지만 성과는 세계 최고였다. 전기 부족 문제는 에너지 절감, 송배전 기술 혁신과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등 미래 에너지 기술 실용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국산 설비 보급을 극복하는 동기가 되기를 바란다.
대기업의 중력이 떨어지면 중견·중소기업의 속도와 활력으로 보완해야 한다. 이들 가운데 강소기업들과 대기업의 상생을 연결시켜 다시 새로운 형태의 '한국 선단'을 구성해볼 수 있다. 실용적 시장주의를 주장하는 신정부에 오히려 걸맞은 그림이다.
대미 관세 협상에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지혜와 헌신적 역할을 하고 온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귀국 일성인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다시는 이런 상황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은 유념할 만하다. 한때 천덕꾸러기가 되었던 우리의 조선 산업이 이번 관세 협상에서 효자 노릇을 한 것은 그간 업계와 정부의 뼈를 깎는 노력 때문이었다. 산업지도를 새로 그릴 때이다.
최용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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