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속옷 차림의 권력과 거울 앞의 국민

이원희 기자

등록 2025-08-13 18:56

우리가 뽑은 대통령의 몰락, 결국 우리 자신을 비춰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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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직 대통령이 법의 손길에 끌려갔다. 수의를 벗은 채 속옷 차림으로 바닥에 드러누워 체포를 거부한 것과, 이어진 강제 수사에서 의자에 매달리다 떨어져 부상을 입는 모습이 전 국민에게 보도됐다. 오늘은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법정에 선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구치소에서의 신체검사, 카키색 수의, 수용번호, 머그샷, 2~3평 독방, 그리고 1,733원의 아침식사까지 불과 얼마 전까지 권력의 정점에 있던 이들이 순식간에 쇠창살에 갇혔다.


이 사건은 전대통령의 몰락만 얘기하는게 아니다. 우리 손으로 뽑은 권력의 추락이자, 우리가 만든 선택의 결과였다.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버티는 장면을 뉴스로 전세계에 퍼질 때, 그 수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우리 국민 모두가 감당 해야 할 부끄러움인 것이다. 국격은 그를 선택한 국민의 품위에서 비롯되며 대통령은 대표로써의 직책을 맡은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비난만 쏟아낸다. 그 욕설은 사실 우리 자신을 향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권력을 부여한 손이 바로 우리였기 때문이다.


언론은 속옷 차림, 부상 장면, 구치소 식단까지 담아낸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 아래, 우리는 국가의 얼굴을 전 세계의 조롱거리로 내어놓았다. 진짜 필요한 건 남의 추락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직시하는 일이다.


감옥에 가게된 경위는 그의 잘못이지만, 그를 그 자리에 올린 것은 우리의 선택이었다.

권력의 몰락은 권력자 혼자 쓰는 비극이 아닌 국민이 함께 써내려간 기록이었다. 

그 기록 앞에서 우리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몰락을 예비하는 공모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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