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4시, 대구 북구 개정 칠곡책방에서
아픔을 품은 시, 기억을 부르는 목소리 향연 펼쳐

나이 일흔 둘에 첫 시집 『내 꽃밭을 누가 흔드는가』를 펴낸 김형범 시인이 독자를 만난다.
오는 27일(토) 오후 4시, 대구 북구 동천로 ‘개정 칠곡책방’에서 열리는 ‘산아래서 詩누리기’ 네 번째 북토크다. 이번 자리의 주인공은 2010년 ‘사람과 문학’으로 등단해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대구시인협회 이사 등 대구 문단을 이끌어온 김형범 시인으로 74편의 신작시를 담아 출간한 그의 첫 시집 『내 꽃밭을 누가 흔드는가』를 중심으로 독자와 만나는 문학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날 행사는 박상봉 시인이 진행을 맡아 미니북토크 대담에 나선다. 김건희, 이난희, 채화련 시인과 시낭송가, 독자들이 참여하는 시낭송에 이어 저자사인회도 열린다.
진행은 시집 첫 장에 실린 「별」 낭독으로 문을 연다. 이 시는 김동원 시인이 대구일보 칼럼 ‘문향만리’에서 소개한 바 있고, 독자들이 뽑은 좋은 시로도 널리 알려졌다. 짧지만 투명한 울림을 지닌 이 시가 이날 북토크의 서막을 장식한다.
김형범 시인의 시집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상처와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물음이 교차한다. 「명자꽃」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억하며 쓴 작품이다. 어린 나이에 전쟁터로 끌려가 겪은 수모, 귀환 이후 가족마저 외면한 세월의 그림자가 절절히 담겨 있다. 이는 시를 통한 역사적 증언이자, 망각을 거부하는 기억의 자리로 독자를 이끈다.
「풍경」은 산사의 추녀 끝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곡비(哭婢)에 빗댄 시다. 양반의 상여에서 대신 울던 곡비처럼, 부처를 대신해 우는 풍경은 죽음과 삶, 애도의 의미를 새롭게 비유한다. 「누가 내 꽃밭을 흔드는가」는 시집 제목이 된 대표 작품으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존재를 위협하는 힘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이 밖에도 「바다」, 「꽃」, 「가인」, 「찻집에 가면」 등이 이날 낭독될 예정이다. 북토크는 시 낭독뿐 아니라 시인의 해설과 독자와의 자유로운 문답으로 이어지면서 김 시인의 시 세계를 깊이 탐구하는 동시에 삶과 문학을 잇는 대화를 펼친다.
‘산아래서 詩누리기’는 지역 독립책방과 시인,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학 행사다. 시의 현장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대구·경북뿐 아니라 경기도 수원과 호남지역 등 전국 14곳의 ‘산아래 詩’ 책방을 통해 시문학의 새로운 울림을 확산시키고 있다.
김형범 시인의 『내 꽃밭을 누가 흔드는가』 북토크는 그 연속선상에서 열리는 시인과 독자의 만남 행사다. 시와 대화, 사유가 어우러질 이번 자리는 시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위로하는 언어임을 증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 5월 문을 연 ‘산아래 詩’ 1호 자매점 ‘개정 칠곡책방’은 지난 4월부터 지역 문학 플랫폼인 ‘산아래서 詩누리기’ 선두 주자로 나서 벌써 네 번째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의 ‘산아래 詩’ 책방의 북토크로는 벌써 서른 한 번째 행사다.
조미숙 개정 칠곡책방 대표는 “산아래 詩가 책을 파는 장소를 넘어, 시인과 독자가 직접 만나 문학의 깊이를 나누는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 왔다”면서 “시가 일상의 언어로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지역문화 생태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매월 정기적인 북토크 행사와 지역 주민과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과 함께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 신청 및 문의는 010-8595-7016로 하면 된다.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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