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만나 시에 말 걸며 시의 시간을 꽃 피우는
서른두 번째 「산아래서 詩누리기」 연속 북토크
「산아래서 詩누리기」연속 북토크를 이어가고 있는 시집 전문 독립서점 산아래 詩전국 산아래 詩 책방 네트워크가 이어가고 있는 「산아래서 詩누리기」 연속 북토크가 어느덧 서른두 번째 자리를 맞았다. 작은 독립서점에서 시작한 이 연속 기획은 전국의 시인, 독자, 문학 애호가들이 함께 모여 시를 만나 시에 말 걸며 시의 시간을 꽃 피우고 나누는 장이 되었다. 30일 경산 백자로 산아래 詩에서 열리는 서른두 번째 무대의 주인공은 예순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문학적 실험을 멈추지 않는 박기영 시인이다.
박기영 시인은 1980년대 등단 이후 꾸준한 창작과 실험으로 시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시는 기존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언어적 가능성을 시험해왔으며,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꾸준한 작업 속에서 확인된다. 무엇보다 박 시인은 자신만의 성취에 머물지 않고 후배 문인들을 길러내는 데 힘써왔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의 이름이 문학사 속에서 각별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바로 작가 장정일 때문이다. 장정일은 시인으로 출발하여 스물여섯의 약관에 ‘제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소설, 희곡, 비평을 넘나들며 한국 문학사의 흐름을 흔든 그는 여전히 ‘문제적 작가’로 불린다.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언어로 한국 문단에 충격을 던진 그의 출발선에는 박기영 시인과의 만남이 있었다.
장정일이 젊은 시절부터 언어와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 제도와 관습에 도전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박기영 시인에게서 배운 태도 덕분이었다. 언어를 단순히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세계와 맞서는 방법으로 대하라는 가르침, 존재를 사유하는 근원적 질문을 놓치지 말라는 격려는 훗날 장정일의 전복적 문학 실험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는 이미 문단에서도 널리 인정받는 사실이다.
장정일(오른쪽) 작가에게 언어와 존재의 본질과 제도와 관습에 도전하는 힘을 가르친 박기영 시인(왼쪽)
따라서 이번 북토크는 단순히 한 시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자리를 넘어선다. 한국 현대문학의 중요한 사제 관계와 창작 전승의 역사를 돌아보는 기회이자, 한 세대의 문학적 실험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스승과 제자가 공유했던 언어적 긴장과 사유의 흔적은 오늘날 한국 문학사의 굴곡과 성취를 되짚게 한다.
또한 이번 행사가 시집 전문 독립서점 ‘산아래 詩’에서 열리는 서른두 번째 북토크라는 점 역시 상징적이다. ‘산아래 詩’ 네트워크는 단순히 지역 책방의 모임을 넘어서 전국적인 문학 공동체 운동으로 확장해왔다.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책방이 연대하여 시를 매개로 독자와 소통하는 이 운동은, 상업 출판과는 다른 또 하나의 문학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은 책방의 무대에서 이어온 서른두 번의 대화는 결코 가벼운 숫자가 아니다. 이는 곧 문학이 여전히 사람들을 모으고 서로를 이어주는 힘을 지녔음을 증명한다. 북토크 현장마다 시를 읽는 목소리와 그것을 듣는 귀가 만나고, 그 순간 시는 더 이상 개인의 고백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이제 「산아래서 詩누리기」 북토크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지표로 자리 잡았다. 시와 독자가 만나는 공동체적 경험, 스승과 제자가 이어가는 문학적 계승, 그리고 지역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뻗어가는 생활문학 운동의 실험이 이 기획 속에 함께 담겨 있다. 문학이란 결국 삶의 방식이자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임을 이 연속 행사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詩누리기”라는 내움말이 말해주듯, 시는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모두가 누려야 할 삶의 언어이며, 일상의 호흡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박기영 시인의 북토크는 「산아래서 詩누리기」의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자리가 아닐까 싶다. 시를 쓰는 자와 읽는 자,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공간과 시간이 서로의 삶을 확장하는 순간, 우리는 시가 여전히 살아 있고, 문학이 현재진행형의 힘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박상봉 시인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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