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화가, 찬란한 보물 / 전혁림의 삶 편
전혁림 화백 작품 통영항
남해의 바람이 닿는 통영은 예로부터 장인과 예인의 고장이다.
조선 수군의 본영이 있던 삼도수군통제영의 마을 한복판에는 세병관이 서 있고,
그 언덕에 오르면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끈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쟁의 도시였던 통영은 동시에 예술의 도시였다.
충무공의 기개와 장인정신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한 화가는 평생의 색을 길어 올렸다.
그의 이름은 전혁림. 가난했지만, 세상 그 어떤 보물보다 찬란했던 화가였다.
《최용대의 실용 인문학》에서 최용대 저자는 전혁림을 “통영의 바람이 빚은 예술가이자, 색채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생활철학자”로 소개한다.
그는 통영의 단청과 자수, 민화의 색감에 매료되어 스스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학교도, 스승도, 제자도 없었다. 그에게 유일한 교과서는 통영의 바다와 빛, 그리고 스스로의 고독이었다.
어린 시절 운동선수를 꿈꾸다 큰 부상을 입고 누워 있던 그는 ‘세계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길’을 다시 찾았다. 언어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길, 바로 그림이었다.
당시 통영에는 서양화를 배울 곳이 없었지만 그는 일본인 아마추어 화가와 부산의 도고 세이지 강습회를 통해 유화를 접하고, 이후 평생 독학으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예술가에게는 스승이 없다. 세상과의 고독이 곧 스승이다.”
전혁림은 평생을 통영의 바다와 함께 살았지만, 젊은 시절에는 마산과 부산을 전전하며 ‘전업 화가’로 생을 버텼다. 그가 머물던 여관방은 세 평 남짓, 끈에 묶은 양푼을 창밖으로 내려 “가래떡 좀 주소”라 외치던 시절이었다.
굶주림 속에서도 그는 매일 붓을 들었다.
그의 그림은 살아 있음의 증명이었다.
“색채가 없는 세상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실용 인문학》이 강조하는 실천적 인간학의 핵심이 바로 삶이란, 절망 속에서도 스스로의 목표를 잃지 않는 행위라는 것.
1950년대 그는 대한도기회사에서 도자기 그림을 그리며 동양적 선의 감각을 완성했다. 그 시절 도자기 위의 한 획 한 획은 그의 인문학이었다.
도자기 그림에서 단련된 일필휘지의 선은 이후 유화에서도 살아 숨 쉬었다.
그의 화면은 움직이는 선과 춤추는 색의 세계였다.
삶의 찢김과 기쁨, 희열과 슬픔이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하는 생명의 노래였다.
1979년 《계간미술》이 ‘과소평가된 작가’로 전혁림을 꼽으며 그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았다. “잊혀졌으나, 열 사람과도 바꿀 수 없는 현존 작가”라는 평론가 석도륜의 글이 그를 세상으로 불러냈다.
이후 예화랑과 국립현대미술관, 호암갤러리에서 회고전이 이어졌고,
전혁림은 통영에서 세계로 나아갔다. 그는 평생을 독학으로 살았지만, 어느새 ‘한국의 피카소’라 불렸다.
2010년 봄, 그는 평소처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그림을 그렸다가
점심 식사 후 짧은 낮잠에서 눈을 뜨지 못했다.
향년 95세. 그의 마지막 소원은 “붓을 쥐고 죽는 것”이었다.
그 소박한 염원마저 이룬 전혁림의 생은
《실용 인문학》이 말하는 인간의 본질을 가장 잘 증명하는 사례다.
최용대 저자는
“예술이란 결국 삶의 실천이다.
전혁림은 가난 속에서도 실천으로 자신을 증명한 인문학자였다.”
《최용이대의 실용 인문학》에 수록된 가난했던 화가 찬란한 보물 전혁림 화가p.036 내용을 옮겨왔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각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인문학 (人文學)서적 - 최용대의 실용인문학 / 도서출판 한국매일뉴스
➡ 저자소개
최용대는 서울 출신으로,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해 왔다. 인하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이후 국회 논설 실장과 파리 특파원으로 재직하며 언론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계간 《문학평론》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매일뉴스》 발행인으로 언론과 문학 평론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저서로는 《최용대의 실용 인문학》(202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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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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