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교과서 - 교본이 되는 인문정신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기자

등록 2025-11-09 21:13

교과서 - 교본이 되는 인문정신





인문학에서 쓰는 '인문(人文)'이란 말은 오래된 말이다. 기원전의 책 '주역(周易)'에서 '인문'은 '천문(天文)' '지문(地文)'과 비슷한 계열의 말로 쓰인다. 이 단어에서 '문(文)'자는 '글자'를 뜻하는 게 아니라 '문양' '무늬'를 뜻한다. 옛사람들은 하늘에도 무늬가 있고, 땅에도 무늬가 있으며, 자연의 무늬들은 삶의 무늬와 서로 연통한다고 생각했다. 


이미지 차원에서 생각해 볼 것은 '무늬'다.


무늬는 일종의 '패턴'이며, 패턴은 하나로 생겨나지 않는다. 패턴은 개별적 형상들의 공존과 배치와 조합으로부터 생겨난다. 그러니까 '인문'은 그 말의 무의식에서 '복수로서의 삶'을 지시하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 특수한 개인이 아니라 인간 군상의 다양한 생각과 삶들을 모아야 '인문-사람(들)의 무늬'가 생긴다. 이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정상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성찰하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 '인문'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가 'Humanities'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핵심은 단수형 '사람'이 아니라 복수형 '사람들'인 것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예부터 역사학은 인문정신의 고갱이로 불린다. 서양에서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헤로도토스의 '역사(Historie Apodexis)'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사실을 기술하는 저자의 '태도'다. 한쪽 문화권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고 용납되기 어려운 관습과 사실들의 세계를, 저자는 한편의 시각에서 비난하거나 삭제하지 않고 공존하는 삶의 다양한 모습으로 담담히 기술한다. 르네상스(Renaissance)를 고대 그리스 인문주의의 부활이라고 말할 때, 그 인문주의가 지시하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헤로도토스의 이러한 개방적 태도다. 


동양에서는 이 '개방성'의 태도가 다른 방식으로 발현된다. 역사 기술의 전범이 되었던 '춘추필법(春秋筆法)'에서처럼 역사 기술의 태도는 우주의 섭리와 통하는 대의명분에 따라 추상같은 비판 정신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인문정신에서 역사 기술의 저자가 두려워했던 것은 '하늘의 뜻-천문' '땅의 뜻-지문'이지 권력자의 뜻이나 칼이 아니었다. 


교과서란 '교본'이 되는 책이지만, 여기서 가르치는 내용은 특정한 권력의 뜻이나 사적 이익일 수 없다. 교과서는 한 시대 인문정신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인문정신의 핵심은 다양한 복수의 삶과 생각이 존재하고 가능하며, 가능해야 한다는 개방성과 포용성이다.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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