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남북 시인의 이별시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기자

등록 2025-11-11 23:00

남북 시인의 이별시



이별은 문학의 오래된 소재이다. 누군가가 떠날 때 아쉬움에 술을 마시고, 격려와 당부의 말을 건넨다. 차마 못한 말을 글로 적으면 시가 된다. 고려 시인 정지상은 ‘송인(送人)’에서 “대동강 저 물결은 언제나 마를 건가/ 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 더해주니”라고 헤어짐을 노래했다. 이별시의 절창이다. 김소월은 ‘진달래꽃’에서 헤어짐을 앞에 두고서 꽃을 뿌리겠노라고 말한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역설의 시다.


가장 슬픈 이별은 가족과 헤어지는 일이다. 중앙 정계에서 밀려나 외직을 떠돌던 소동파는 추석날, 술에 대취해 동생 소철을 떠올린다. 떠오른 보름달에 동생의 얼굴을 겹쳐 보면서 “달에게 그 무슨 이별의 한(恨) 있으랴만/ 어찌하여 늘 이별해 있을 때만 둥근가”(‘수조가두’)라고 달을 원망한다. 정약전과 정약용 형제는 한날한시에 나란히 남도의 유배지로 떠난다. 나주 율정점의 삼거리 주막거리에 이르렀을 두 사람은 이별과 맞닥뜨렸다. 형은 신안으로, 동생은 강진으로 가야 한다. 만남을 기약할 수 없는 현실에서 동생 정약용은 오열한다. “초가 주점 새벽 등불 깜박깜박 꺼지려 하는데/ 일어나서 샛별보니 아! 이제는 이별인가/(…)/ 흑산도 머나먼 곳 바다와 하늘뿐인데/ 형님이 어찌 그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율정에서의 이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에서도 그리움에 사무친 이별시가 쓰여졌다. 남측의 오세영 시인(서울대 명예교수)은 북측의 사촌동생을 만나 어릴 적 함께 놀던 기억이 떠올라 시를 지었다. “그때 그날처럼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을 외갓집 마당가/ 살구나무 꽃그늘 아래서 다시 만나자.”(시 ‘사랑하는 동생 종주야’) 북측 상봉단에도 시인이 있었다. 남측의 언니, 동생들과 만난 북측 량차옥 시인은 자매들 앞에서 어머니를 그리며 지었다는 자작시를 들려줬다. “우리 집에 코스모스/ 담장 밑에 코스모스/ 빨간꽃은 피었는데/ 우리 엄마 어데가고/ 너만 홀로 피었느냐/ 너만 보면 엄마생각/ 너만 보면 고향생각.”(시 ‘우리집에 코스모스’) 둘 다 이별시이지만, 동생을 남기고 온 오 시인의 시는 유별시(留別詩)이고, 자매를 다시 남으로 보낸 량 시인의 시는 송별시(送別詩)이다.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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