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현대판 연금술 사기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기자

등록 2025-11-13 22:00

현대판 연금술 사기





연금술만큼 동서고금의 지식인들을 설레게 한 학문은 드물다. 허드레 물질을 찬란한 금으로 만든다는 ‘환상’을 쫓아 수많은 철학자, 과학자, 장인, 마술사들이 연금술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근대 물리학의 아버지 뉴턴과 신비주의를 배격했던 합리주의 철학자 데카르트가 젊은 시절 연금술에 몰두했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심지어 20세기 양자역학의 기초를 다졌던 볼프강 파울리도 한때 연금술에 탐닉한 것으로 전해진다.


화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 ‘화학(케미스트리)’이란 파생어를 만들어낸 ‘연금술(알케미)’의 어원은 고대 이집트어 ‘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원래 뜻은 ‘눈동자’였으나 “눈동자처럼 검은 토지의 이집트”란 의미로 전화(轉化)해 쓰였다. 즉 당시 사람들은 철, 구리, 납 등의 비금속(卑金屬)이 결국 검은 흙으로 환원되며 이 흙을 황백색, 또는 백색화하면 금이나 은으로 바뀐다고 생각해 연금술을 ‘검은 흙의 기술’로 불렀던 것이다.



연금술이 본격적인 학문으로 꽃핀 것은 헬레니즘 시대에 이집트의 실증적 화학기술과 그리스의 철학이 결합되면서부터였다. 당시엔 금속에도 생명이 깃들여 있다는 물활론적 자연관에 입각, ‘금속의 질병’을 치유한다는 차원의 의학적 연금술이 유행했다. 예컨대 구리는 채 성숙하지 못한 금이며 주석은 나병에 걸린 은으로, 이들의 병을 낫게 하는 비약만 찾으면 만물을 금이나 은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비약은 ‘현자(賢者)의 돌’이라 불렸으며 연금술의 비밀은 신관(神官)에 의해 독점돼 많은 종교적 사기 행위가 벌어졌다.


비슷한 시기의 중국 사람들은 금속의 변환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불로장생을 가져다주는 연금약액(丹藥·엘릭시르)을 탐구하고 있었다. 특히 음양이원설에 입각해 금을 양(陽), 수은을 음(陰)으로 보고 수은을 연단(練丹)에 불가결한 물질로 파악했다. 4세기 후한(後漢)시대 위백양(魏伯陽)의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는 중국 연금술의 가장 오래된 문헌이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청년들이 피싱사기로 편취한 ‘현대판 연금술사’가 쇠고랑을 찼다고 한다. 첨단 과학 시대에도 연금술에 대한 환상이 뿌리깊게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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