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학》 관계의 실상이 드러나다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기자

등록 2025-11-25 22:24

관계의 실상이 드러나다





프랑스 작가 보마르셰의 사회풍자 희극에 모차르트의 작곡을 더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할지라도 모차르트의 익살스러운 음악과 피가로를 표현하는 성악가의 재미있는 표정을 많이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자면 시대를 앞서간 풍자극이라고 할 만하다. 고상해 보이는 인물들이 각자 꿍꿍이를 갖고 비밀스레 관계를 엮다가 피가로 등에 의해 모든 관계가 다 들통나버리는 흐름을 익살스럽고 시원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는 현대 우리 사회에서도 많이 보이는 '관계'의 수많은 얼굴들을 볼 수 있다. 서로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 나갔어도 철천지원수가 된다든지, 전혀 모르던 사람도 뜻이 맞아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갈 동료가 된다든지. 위기 속에 우정의 진위가 가려지기도 하고, 가족이되 남보다 못한 가족이 되기도 하며, 전혀 접점이 없다가도 가족보다 나은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에게 있어 여러 사람과 함께하며 여러 관계로 엮이는 것은 필연이다. 특히나 SNS 등이 발전한 현대사회에는 같은 자리에 있지 않은 수많은 사람과도 연이 닿을 수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람을 통해 수많은 감정들을 빠르고 다양하게 경험하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드러내고 싶은 부분과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기에 인간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어도 서로의 진정한 면모를 다 봤다고 할 수 없다. 관계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발달할수록 그렇다. 보여주고 싶은 부분은 크게 부각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철저하게 숨긴다. 닉네임 뒤에 숨은 진짜 이름, 보정과 각도에 숨긴 진짜 외모, SNS에 전시해놓은 명품들 뒤에 숨긴 진짜 재산, 큰소리로 떠들며 자랑하는 지인의 뒤에 숨은 외로움, 생각의 차이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쉽게 왜곡할 수 있고, 또 과시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신분 세탁, 학벌 세탁, 이미지 세탁을 기가 막히게 한들 본질적으로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결국 드러나야 할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마음을 숨긴들 결국 진실이 드러나고 마는 '피가로의 결혼'처럼 말이다.


우리 삶을 생각해보면 가리고 숨기고 덮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상대방이 무엇을 가린들 그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다. 과거를 지나치게 자랑하는 사람은 현재에 내세울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외모만을 과시하는 사람은 그 외모 속에 자리 잡은 생각이 무엇인지 보여주기를 꺼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드러나고 만다. '스스로 드러낸 것'과 '후에 밝혀지는 것'의 차이는 극명하다. 전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후자는 결국 스스로를 위축시키고 더 큰 상처로 자리하는 덫이 되기도 한다.


진정한 관계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할까. 내가 보여줄 수 있고 보여줘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쉽고 넓으며 얕은 관계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건강한 관계를 위해 '나를 한발 더 드러내는' '상대방에게 한발 더 다가가보는' 용기가 조금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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