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인생의 겨울나기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기자

등록 2025-12-03 22:36

인생의 겨울나기




1년에 사철이 있는 것처럼 인생에도 사계가 있다. 요즘의 평균수명에 의하면 봄은 부모님의 자녀일 때, 여름은 자녀의 부모일 때, 가을은 부모님의 부모 노릇을 할 때, 겨울은 자녀의 자녀 노릇을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1년의 사계와 달리 인생의 사계는 일생에 한 번만 경험할 수 있기에 봄여름을 사는 청년은 겨울을 체감할 수 없다. 더욱이 인생의 겨울은 다른 계절과 달리 일정한 패턴이나 대략의 기간, 예상되는 끝도 없어서 예측불가의 계절이다. 그래서 인생의 겨울은 준비하기 어렵다.


인생의 겨울은 은퇴와 함께 온다. 파트너십에서 은퇴한 직후 같이 식사를 하던 지인에게서 들은 말이다. "이제 지는 해가 되셨네요." 그냥 지나가는 그 한마디가 내마음을 아리게했다. 그렇다. 하루에도 사계가 있고 모든 생물에 사계가 있다. 여기에서 사계는 시간적·물리적 개념에서 철학적 개념으로 바뀔 뿐이다. 해가 지면 별이 뜨고 세계가 어둠에 묻히면 우주가 어둠 속에서 떠오른다. 나는 아직 할 일을하고 있으니까 완전히 은퇴한 건 아니지만 시장의 먹이사슬에서는 거의 벗어나 홀가분한 느낌이다. 해가 져야 우주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먹이사슬에서 벗어나야 인생과 세계의 진실이 보이는 것 같다. 햇빛에 가려서 우주를 볼 수 없는 것처럼 먹이사슬에 갇히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이해관계에 따라서 얼굴빛이 변하는 사회적 카멜레온이니까.


은퇴는 먹이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먹이사슬은 보호막이자 굴레다. 그래서 은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먹이사슬이 주는 보호막이 걷힌다. 은퇴를 앞둔 모두가 이걸 두려워한다. 이걸 대비하여 준비하는 많은 분들이 은퇴 준비를 경제 문제로 이해한다.


그러나 돈은 소유자의 것이 아니라 관리자의 것이다. 별장이 소유자의 것이라기보다 관리인의 것이듯이. 막상 본인이 인생의 한겨울에서 재산관리 능력을 잃고 나면 돈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을 자주 본다.


둘째,인간은 그 문자 뜻처럼 사람 사이에서만 인간답게 살 수 있다. 인생의 겨울에 자녀들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건 인류 역사상 변함없는 진실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 청년들에게 최근의 인구 격감은 심각한 문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농사는 자식 농사라는 옛말은 지금도 진리다. 자식 농사도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처럼 인생의 여름에 지어야 한다. 여름에 땀나고 힘들다고 농사를 짓지 않으면 겨울의 추위와 배고픔을 견딜 수 없다. 여름과 겨울의 비용 편익분석을 해 보아야 할 일이다.


먹이사슬이란 굴레에서 벗어나면 인생과 세계와 우주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보호막이 걷히는 게 은퇴의 단점이라면 굴레에서 벗어나는 자유는 은퇴의 장점이다. 어둠과 대비될 때 빛이 무엇인지 알 수 있듯이 삶은 죽음과 대비될 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은퇴하지 않고는 인생과 세상을 알 수 없다. 먹이사슬에서 나가는 게 두려워 인생의 겨울을 여름처럼 살려고 발버둥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제철 음식이 좋은 것처럼 인생도 제철에 맞게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그게 자연의 이치이니까.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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