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 자기중심에서 중도로 - 무불 박석구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1-20 10:09


무불스님 



사람은 거의 언제나 자기 입장에서 보고 듣는다. 마음에 들면 옳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틀렸다고 여긴다. 좋다와 싫다를 기준 삼아 시비를 가르고, 분별과 차별로 편을 나눈다. 그러나 조금만 물러서 보면, 우리가 ‘다르다’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본성의 차이가 아니라 보는 위치의 차이일 뿐이다.


같은 산도 동쪽에서 보면 아침이고, 서쪽에서 보면 저녁이다. 산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자리가 달라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흔히 자기 시야를 절대화하고 다른 시야를 오류로 규정한다.


갈등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불교에서는 이를 ‘일대사 인연’이라 말한다. 삶의 크고 작은 인연들은 모두 공(空)에서 일어나

다시 공으로 돌아간다. 고정된 실체도, 영원한 옳고 그름도 없다. 모든 것은 조건 따라 잠시 형성되었다가 사라진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타인을 함부로 단정할 수 없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통찰이 특정 종교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마다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 그 마음이 곧 부처의 자비이고 예수의 사랑이다.


교리 이전에,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태도다. 다르게 믿고 다르게 살아도

존재 자체를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은

종교를 넘어선 보편 윤리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자기중심이 아니라 중도(中道)의 시선이다.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내 생각이 전부가 아님을 아는 태도.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여유다. 복과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자기 주장으로 이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자리까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넉넉한 시야에서 비롯된다.


세상은 이미 충분히 춥다. 그러니 우리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너그럽게 살아도 좋지 않을까. 그 태도 자체가 이미 사람을 살리고, 관계를 살리는 가장 인간적인 인문학일 것이다.


            무불 박석구 시인ㆍ수필가 (시와늪문인협회 고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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