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칼럼] 바다는 아직도 우리를 부르고 있는가 -이상석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3-31 11:35

사라진 해수 보트 문화와 도시의 선택


창원 마산앞바다 전경


부산의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 개장된 한국 최초의 해수욕장이다. 그 명성은 단순히 ‘최초’라는 기록 때문만은 아니었다. 천혜의 자연경관 위에 케이블카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바다 위에서는 노를 젓는 보트가 유유히 떠다니던 풍경—그 자체가 근대적 해양 레저의 상징이었다.


빛바랜 흑백사진 속을 들여다보면, 그 시절의 바다는 지금과 사뭇 다르다. 가족과 연인들은 바다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직접 ‘들어가 노를 젓는’ 주체였다. 바다는 풍경이 아니라 삶의 일부였고, 체험이었으며, 관계를 잇는 공간이었다. 이러한 기억은 마산의 가포 해수욕장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한때 전국적인 명성을 누렸던 이곳 역시 해수욕과 더불어 보트 타기는 여름 피서의 백미였다. 물결 위에서 직접 노를 저어 나가는 행위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자연과 인간이 호흡을 맞추는 원초적 경험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해안은 어떠한가.


우리는 바다를 점점 ‘관람하는 대상’으로만 남겨 두고 있다. 데크와 카페, 조형물과 야경은 늘어났지만, 정작 바다 위로 나아갈 수 있는 물리적·문화적 통로는 줄어들었다. 이는 도시가 선택한 개발의 방향이 ‘참여’가 아닌 ‘소비’에 치우쳐 있음을 보여준다.



3.15 해양공원 전경


특히 마산 내항과 같은 수역은 더욱 아쉽다. 도심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호수처럼 잔잔하게 바닷물이 드나드는 이 공간은, 해수 보트장으로서 거의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국을 둘러보아도 이러한 지형적 이점을 가진 곳은 드물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가능성을 여전히 방치하고 있다.


여기에 건강이라는 관점이 더해지면 이야기는 더욱 분명해진다. 해수면 가까이, 사람의 앉은키 정도 높이에서 호흡하는 공기는 상대적으로 미세먼지가 적고 습도가 안정되어 있다. 또한 해양 환경에서 생성되는 오존(O₃)은 적정 수준에서 공기 정화와 상쾌한 느낌을 제공하는 요소로 알려져 있다. 노를 젓는 운동은 심폐기능과 근력을 동시에 자극하며,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호흡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치유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옛 가포 해수욕장 보트 정박 모습


이러한 환경적 조건은 과거 국립마산결핵병원이 이 지역에 자리 잡게 된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즉, 마산의 바다는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치유의 환경’이었다. 지금 우리는 ‘100세 건강 시대’를 말한다.


둘레길과 올레길이 전국 곳곳에 조성되며 걷는 문화는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것은 ‘물 위의 건강문화’다. 인간의 힘으로 노를 저어 나가는 해수 보트는, 단순한 레저가 아니라 도시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지속 가능한 건강 콘텐츠다. 도시는 선택해야 한다. 보여주기 위한 경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시민이 직접 체험하고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나아갈 것인가.


마산 내항의 잔잔한 수면 위에 다시 노를 젓는 풍경이 펼쳐지는 날, 그것은 단순한 관광 인프라의 복원이 아니라 잃어버린 도시의 감각과 인간의 호흡을 되찾는 일일 것이다.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이제, 우리가 다시 나아갈 차례다.


시인ㆍ수필가 창원특례시관광진흥위원 이상석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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