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 육탄방어 묘사하다 中열사에 비유…'을용타' 사건 주인공으로 유명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하는 중국 전 국가대표 리이 [웨이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유명 축구선수 출신 해설자가 2026 북중미 월드컵 경기 중계 도중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영웅'을 거론했다가 돌연 중계진에서 제외됐다고 홍콩 명보 등 현지 매체들이 20일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훙수(小紅書)에서 이번 월드컵 해설을 맡은 리이(李毅·47)는 지난 17일 오스트리아-요르단 경기를 중계했다.
그는 전반전 34분께 오스트리아 수비수가 요르단 선수의 슛을 몸으로 막아낸 상황을 전하면서 "황지광(黃繼光)이 총구를 막은 것"이라고 비유했는데, 전반전이 끝난 후 리이는 중계진에서 제외됐다.
리이가 거론한 황지광(1931∼1952)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중국인민지원군(중국군) 육군 통신병으로, 1952년 10월 철원 삼각고지전투 중 전사했다.
중국 측 기록에 따르면 황지광은 당시 중국군 본대를 공격하는 미군 기관총 2정을 몸으로 막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전사한 황지광에게 '특급영웅' 칭호를 내렸다. 황지광이 몸을 던져 총구를 막았다는 일화는 당국에 의해 대대적으로 홍보됐고, 그는 지금도 중국의 대표적인 열사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명보는 중국에서 과거 게임이나 스포츠 등에서 이런 비유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지난 2018년 '영렬보호법'이 시행된 뒤 생중계에서 황지광 등 '영웅'이 비유로 언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 매체들은 리이가 전면적인 출연 금지 조치를 당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중국 네티즌들 가운데는 리이의 발언이 오스트리아 선수의 활약을 상찬하기 위한 것이지 무례를 범할 의도는 없었다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은 '문자옥'(文字獄·체제를 비판했다가 벌을 받는 것)이 벌어진 것 아니냐고 반응하기도 했다.
중국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인 리이는 2003년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이을용의 발목을 걷어찼다가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가격당한 일명 '을용타'(乙容打) 사건의 당사자로 한국에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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