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국 속 혐오와 공존…디스토피아 그린 영화 '지느러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7-12 07:54

박세영 연출·로카르노영화제 초청작…몰입 높이는 탄탄한 세계관


영화 '지느러미' 속 장면영화 '지느러미' 속 장면 [시소픽쳐스·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푸른 바다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처음 마주한 검은 물에는 쓴맛이 느껴졌다. 밤새 기침을 했다."


근미래 남과 북이 통일된 한반도. 민족의 숙원은 해결됐으나, 환경 오염이라는 또 다른 재앙이 한반도에 닥쳤다. 더러워진 공기와 물 오염으로 씻지 못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검은 때가 묻어 있다.


오염된 생태계는 오메가라는 존재를 낳았다. 유전자가 변이돼 탄생한 이들은 발가락 세 개에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에 두려움과 혐오를 느낀다.


박세영 감독의 장편 SF 영화 '지느러미'는 통일 한국을 배경으로 돌연변이 생명체인 오메가가 출현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영화 '지느러미' 속 장면영화 '지느러미' 속 장면 [시소픽쳐스·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는 '동해 114구역'에서 독성 폐기물 수거 작업을 마친 오메가 무리로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사람으로부터 노동을 착취당하며 관리받는 처지다. 그러던 중 한 오메가(고우 분)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치고, 공무원 수진(김푸름)이 오메가 한명이 사라진 걸 알게 된다. 이들은 '황금소망낚시터'로 오게 되고 그곳에서 비밀을 간직한 미아(연예지)를 마주한다.


도망친 오메가와 수진, 미아의 눈에 비친 미래 한국은 암울한 그림이다. 시민들은 물 부족에 꾀죄죄한 모습이고, '물을 아끼는 것이 애국'이라는 선전을 들어야 한다. 오메가는 일반 사람들보다 못한 처지다. 인간인 척 꾸미기 위해 발가락을 자르고 인공 모양의 발을 맞춘다. 노동 착취를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위한 것이다. 오메가임을 숨기다가 인간에게 들키는 순간, 죽는 처지가 될 위험도 안고 있다.


영화 '지느러미' 속 장면영화 '지느러미' 속 장면 [시소픽쳐스·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세피아 색감을 띤 화면은 암울한 미래상과 어울리며 디스토피아의 분위기를 더한다. 무미건조하고 삭막한 아스팔트 건물에 관리되지 않은 듯한 잡초들, 좁고 더러운 뒷골목, 한반도를 둘러싼 거대한 장벽 등의 배경은 영화의 세계관을 관객에게 납득시키며 극에 몰입하게 한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이지만, 영화 속 사회가 지금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다.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는 오메가는 그간 현실에서 차별받고 소외당해온 소수자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처럼 살기를 원하는 오메가가 다른 오메가를 혐오하는 모습, 오메가가 위험하지 않다고 느끼지만 사회의 관점을 따를 수밖에 없는 수진 등도 우리네 모습과 닮았다. 영화는 타자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고 차별과 공존에 관해 생각해보게 한다.


영화 '지느러미' 속 장면영화 '지느러미' 속 장면 [시소픽쳐스·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는 박세영 감독이 2017년 연출한 동명의 단편 작품을 바탕으로 했다. 202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슬픔의 삼각형'의 프로듀서 필리프 보베르, 카타르의 비영리 문화단체 '도하 필름 인스티튜트'가 제작에 참여하는 등 글로벌 프로젝트로 완성됐다.


영화는 지난해 열린 제78회 로카르노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지난 8일 프랑스 개봉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등 해외에서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박 감독은 "한국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차별받고 어떤 프로파간다와 정부의 이미지 세탁에 의해 변형이 되는지 생각하다가 오메가를 떠올리게 됐다"며 "적은 인원이 4년 동안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붓는 작업이었다. 그런 진땀과 노력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개봉. 84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지느러미' 시사회영화 '지느러미' 시사회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김푸름(왼쪽부터), 박세영 감독, 배우 고우가 1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지느러미'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7.10 ryousant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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