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 울음소리 다른 이유…경계할 땐 '거칠게' 새끼한텐 '부드럽게'
먹이 물고 둥지로 향하는 어미 꾀꼬리 [촬영 유형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어미 꾀꼬리가 갓 태어난 새끼가 있는 둥지로 돌아가기 직전 세상 가장 아름답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작은 숲을 깨운다.
강원 강릉시 외곽의 한 서낭당에 있는 참나무 아주 높은 곳의 풍성한 잎으로 가려진 곳에는 요새처럼 만든 꾀꼬리 둥지에서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서낭당이 있는 작지만, 오랜 세월을 품은 울창한 숲에는 여름을 맞아 꾀꼬리 외에 멧비둘기, 파랑새, 찌르레기, 밀화부리, 검은이마직박구리, 칡때까치 등이 여기저기에 둥지를 짓고 공존하며 새 생명을 키워내고 있다.
둥지 속 새끼와 먹이 물고 온 어미 [촬영 유형재]
둥지의 새끼 돌보는 꾀꼬리 부부 [촬영 유형재]
그래서 자기 새끼를, 혹은 자기 둥지를 지키려는 여러 종류의 새들로 숲은 항상 긴장감이 넘쳐흐른다.
그런데 듣고 있노라면 마치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지저귐이나 둥지 속 새끼들의 긴장을 녹이는 다정함처럼 느껴지는 의성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주 맑고 청아한 소리가 가끔 들린다.
"휘오∼리오, 휘∼리오"라고 들리기도 하지만 단어로는 도저히 표현해낼 수 없는 맑게 굴러가는 소리다.
어미 꾀꼬리가 매번 둥지에 들어가기 전 주변 나무에 앉아서 내는 소리다.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낸 뒤 둥지로 향하는 어미 꾀꼬리 [촬영 유형재]
마치 둥지 속 새끼들에게 "엄마가 곧 가니 안심해라"라는 안내이자 교감의 신호로 보인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둥지로 날아가서 알을 품었고, 부화한 뒤에는 먹이를 먹이고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둥지 속 새끼들을 정성스럽게 돌봤다.
꾀꼬리는 보통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지만, 육추 하는 동안은 새끼들을 지켜내기 위해 귀에 거슬릴 정도의 매우 거친 소리를 낸다.
꾀꼬리 둥지가 있는 아름드리 참나무는 잎이 무성해 파랑새를 비롯한 서낭당 숲의 많은 새가 날아와 쉬는 곳이기도 하다.
거친 소리로 침입자 경고하는 꾀꼬리 [촬영 유형재]
둥지 가까이에 다른 새들이 날아들 때마다 꾀꼬리는 "꽤∼액, 꽥∼꽥, 게∼엑, 괭∼" 귀에 거슬리는 아주 거친 소리를 낸다.
때로는 둥지 주변의 새들에게 날아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거칠게 공격해 쫓아내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알을 품기 위해, 부화한 이후에는 먹이를 물고 둥지로 들어가기 직전에는 매번 유독 더 부드럽고 청아하고,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경계심이 많은 새끼를 달래고, 어미의 도착을 알리는 '엄마의 자장가'이자 교감의 순간으로 보인다.
먹이 물어 나르는 어미 꾀꼬리 [촬영 유형재]
둥지 속 새끼 돌보는 어미 꾀꼬리 [촬영 유형재]
날이 더워지고 새끼가 커가면서 하루에 수백 번씩 벌레를 물어 나르는 고단한 과정에서도 둥지를 향할 때는 세상 평화롭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새끼 앞에서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어미 꾀꼬리의 모습은 우리에게 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 깊은 모성애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한편 서낭당의 또 다른 나무에서는 파랑새가 같은 나무의 위, 아래 구멍에 둥지를 튼 이웃사촌 찌르레기가 드나들 때마다 쫓아내는 고단한 육아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둥지 지키고, 먹이 사냥 나서고"…육아 전쟁 [촬영 유형재]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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