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 열기 피해 골목 나온 쪽방촌 주민들…선풍기·부채로 버텨 보지만 역부족
작업 중단한 건설 현장도…작업자·상인들도 굵은 땀 흘리며 더위 견디기 안간힘
부채질로 버티는 여름 (대전=연합뉴스) 변선진 기자 = 무더위가 이어진 13일 오전 대전 정동 쪽방촌의 비좁은 방 안에서 한 주민이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6.7.13 bysj@yna.co.kr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변선진 기자 = "부채질하다 지치면 그냥 자는 거지."
13일 오전 10시께 찾은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 골목.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좁은 골목 사이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낡은 여인숙과 쪽방 건물 안은 후텁지근한 열기로 가득했다.
나흘 전만 해도 물 폭탄 같은 폭우 때문에 가슴을 졸였던 주민들은 이번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발 한번 편안히 뻗기 어려워 보이는 좁은 단칸방 안에서 만난 윤모(73) 씨는 웃통을 벗은 채 낡은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더위를 버티고 있었다.
윤씨의 단칸방 벽 한편에 설치된 에어컨은 외관이 누렇게 변해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고, 한쪽으로 걸려 있는 옷가지들은 모두 긴팔에 두툼한 것뿐이었다.
거리에는 방 안의 열기를 피해 나온 주민들이 부채를 흔들고 있었다.
냉방 시설이 부실한 쪽방 특성상 실내 온도가 바깥보다 오히려 높아 이들에게 골목은 유일한 피난처였다.
공용 세면장에는 더위에 지친 주민들이 번갈아 나와 찬물로 얼굴을 적셨다.
'폭염 속 부채질' (대전=연합뉴스) 변선진 기자 = 폭염이 이어진 13일 오전 대전 정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6.7.13 bysj@yna.co.kr
또 다른 여인숙 앞에서 만난 정모(72) 씨는 러닝셔츠에 속옷 바람으로 방문 앞에 나와 부채질하고 있었다.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전형적인 여인숙 구조. 문을 열어젖힌 방 안은 물론 그늘이 진 복도까지도 후끈한 열기로 찜통이었다.
정씨가 사는 여인숙은 9가구 중 8가구에 사람이 살고 있다.
에어컨 없는 방은 월 22만원, 에어컨 있는 방은 월 25만원이다. 정씨는 "전기세가 무서워 에어컨 있는 방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50m가량 떨어진 또 다른 쪽방 건물은 사정이 더 열악했다. 5가구가 사는 이곳은 방 하나가 채 1평도 되지 않아 보였다. 심지어 선풍기조차 없는 방도 있었다.
이 쪽방촌 골목에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이태주(77) 씨는 "더워도 견뎌야지 어쩌겠어. 에어컨도 하나 없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좁은 방 안 보다 골목이 차라리 낫다며 그는 문지방에 걸터앉아 연신 부채질했다.
방문을 활짝 열어둔 이춘자(80) 씨의 방에는 이씨와 몸이 불편한 이씨의 남편이 누워있었다.
공용 세면장에서 양동이에 물을 받아 세수하러 나온 한 주민은 "몸이 성치 않은데 더위까지 먹은 모양"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적막 흐르는 쪽방촌 골목' (대전=연합뉴스) 변선진 기자 = 폭염이 기승을 부린 13일 오전 대전 정동 쪽방촌의 좁은 골목길에 주민들이 널어놓은 빨래가 걸려 있다. 2026.7.13 bysj@yna.co.kr
이날 오후 2시 기준 대전지역 최고 기온은 34.2도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까지 내린 비의 영향으로 습도도 높아 온 도심이 한증막을 연상시킬 만큼 후텁지근했다.
대전 트램 건설공사 현장을 비롯한 지역 내 건설, 근로 현장 곳곳에서는 작업자들이 굵은 땀을 연신 흘리며 힘겹게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일부 공사장은 자체 측정한 결과 체감온도가 38도가 넘어서자 작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대전 동구 중앙동에서 도시 환경개선 작업 중이던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이모(80) 씨는 "너무 더운데 쉴 곳이 마땅치가 않아 벽 밑에서 잠시 앉아 있다"고 말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목공소를 운영하는 장모(62) 씨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서 그런지 이번 더위가 더 곤혹스럽다"며 "작업 특성상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 처지가 못 돼 얼음물을 수시로 먹고 있다"고 밝혔다.
백반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 역시 "주말부터 오늘까지 왜 이런 것이냐. 못 살 만큼 덥다"며 "공사장 작업자들도 오늘 새벽에 일하고 일찍 밥 먹으러 왔는데 옷이 다 젖어서 물을 한 바가지씩 마시더라"고 말하며 연신 손부채를 부쳤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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