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유죄·김건희 무죄…명태균과 '묵시적 합의' 여부가 갈랐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7-13 20:04

金 1·2심 "명태균이 자발적 실행" vs 尹 1심 "지지율 올리려 사전 협의"


22일 오세훈 1심·16일 김건희 상고심 결론 주목…尹 2심에 영향 미칠 듯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명태균 씨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명태균 씨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혐의와 관련해 공범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쟁점은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3일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김 여사 및 명씨와 순차적으로 공모해 자신의 정치활동에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활용하기로 협의했다고 판단했다.


정치브로커 명씨와 윤 전 대통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 김 여사가 앞서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것이다.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윤석열 징역 2년 선고'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윤석열 징역 2년 선고 (서울=연합뉴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천396만여원을 선고했다. 2026.7.13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재판부 "尹부부,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묵시적 의사 합치"


정치자금법은 법률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는 자를 처벌한다고 정한다.


이 사건과 같이 선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주고받는 행위가 불법 기부에 해당하려면 정치 활동을 하는 자가 사전에 여론조사를 의뢰했거나 여론조사 실시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어야 한다.


단순히 사적으로 보유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의뢰 내지 합의'를 통해 여론조사 실시에 드는 비용만큼의 이익이 수수자에게 발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 여사 항소심 재판부와 형사합의33부가 공통으로 설시한 정치자금법 구성 요건이기도 하다.


두 재판부의 판단이 갈린 것은 이들 사이 의사의 합치가 이뤄졌는지에 관한 판단이다.


앞서 김 여사 항소심 재판부는 명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적 이익에 더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할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명씨가 김 여사로부터 여론조사 방식 등에 관한 지시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명씨의 정치적 성향, 여론조사를 통해 얻을 홍보 효과를 미뤄봐도 이들 부부와 협의 없이 자발적으로 움직였을 수 있다는 취지다.


과거에도 명씨가 응답자 수를 부풀린 바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를 부부 외 다른 사람들에게도 함께 전송한 점 등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날 형사합의33부는 윤 전 대통령, 김 여사,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존재했다고 봤다.


명씨는 중앙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지지 기반을 넓히고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여론조사를 주고받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윤석열과 김건희는 순차적·묵시적으로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제공받아 정치활동에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활용하기로 협의했다"며 제공받겠다는 의사를 묵시적으로 표시함으로써 여론조사 결과 제공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윤석열 징역 2년 선고'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윤석열 징역 2년 선고 (서울=연합뉴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천396만여원을 선고했다. 2026.7.13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김건희 "충성"·명태균 "지지율 올라 축하" 메시지 해석도 엇갈려


재판부는 사전 의사 합치를 뒷받침하는 주요 증거로 김 여사와 명씨가 나눈 문자메시지를 들었다.


앞서 김 여사 항소심 재판부가 혐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증거들이다.


형사합의33부는 명씨가 2021년 6월 윤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송하며 김 여사에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점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유리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2021년 7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자 김 여사가 "충성"이라고 답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김 여사가 마치 사전에 얘기를 나눈 것처럼 아무런 이의 없이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사전 의사 합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라고 봤다.


이밖에 명씨가 김 여사에게 "제가 다 정리하겠다"는 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김 여사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문자 메시지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문자 내용에 대해 "명씨가 자신의 전문 분야인 여론조사와 관련한 판세 분석 등에 협조하는 취지로 볼 수 있을지언정 피고인(김 여사)과 협의에 따라 유리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제공하기로 한 것임을 추단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여사가 "충성", "감사합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도 명씨가 지지율 상승을 축하한 데 대한 의례적인 답변일 뿐이라고 봤다.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윤석열 징역 2년 선고'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윤석열 징역 2년 선고 (서울=연합뉴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선고 내용을 듣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천396만여원을 선고했다. 2026.7.13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명태균 의혹' 오세훈 1심·김건희 상고심 선고 주목


윤석열 부부에 대한 하급심이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1심 결과도 주목된다. 오 시장의 1심 선고는 오는 22일 예정돼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모씨에게 비용 3천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받아왔다.


이 사건의 기본 쟁점 역시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부탁 또는 의뢰하거나 최소한 묵시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는지 여부다.


오 시장은 명씨를 여러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여론조사를 부탁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김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상고심 선고도 오는 16일 이뤄진다.


이날 형사합의33부가 김 여사를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동정범에 인정한 만큼 16일 대법원 결론에 따라 향후 윤 전 대통령의 2심 심리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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