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 등대지기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7-13 23:23


등대지기





기원전 3세기에 세워진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는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높이가 무려 135m에 이르며 꼭대기에서 불을 지펴 거대한 반사경으로 빛을 멀리 보냈다니, 그 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바닷바람과 파도를 견뎌내며 지중해를 넘나들었던 그리스인들의 용기와 담력을 보여준다. 연합군을 이끌고 트로이 정벌에 나섰던 아가멤논이나 10여년간 바다를 떠돌아다녔던 오디세우스의 후손이라 칭할 만하다.


이처럼 등대의 용도는 단순히 뱃길을 밝혀준다기보다 군사적 목적이 더 앞섰었다. 역사적으로 진취적이며 투쟁적인 기상을 상징했던 것도 그런 때문이다. 구한말이던 1903년 인천 앞바다 팔미도에 국내 최초의 등대가 세워진 배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열강의 압력에 떼밀려 세워진 이 등대가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신호를 주고받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하니, 단순한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요즘의 등대 풍경은 꽤나 낭만적이다. 파도와 바람에 깎인 절벽과 그 위에 세워진 등대의 모습이 관광사진이나 포스터에도 곧잘 소개될 정도다. 때로는 선구자로, 인생의 길라잡이로, 희망의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가슴에 사무치는 고독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것이 더 적당하지 않을까. 국내에서도 널리 애창되는 영국 민요 ‘등대지기’의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라는 가사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서 등대지기를 모집한 결과 30대 1에 가까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열악한 근무환경이나 밤마다 스쳐갈 고독도 구직난의 벽 앞에선 사소한 문제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조창인이 ‘등대지기’에서 쓴 “세상과의 거리를 인정할 때 비로소 등대지기가 될 수 있다”는 표현도 이미 옛말이 되었단 뜻인가. 문학과 낭만의 영역이던 등대의 무대가 엄연한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는 자체에서 서글픔을 느낀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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