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누나의 갑작스러운 조현병 증상…이후 25년 기록한 동생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01 08:22

홈비디오 형식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속 한 장면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속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부모님이 모두 의사인 집에서 태어난 남매가 있다. 똑똑하고 어른들 말을 잘 듣던 장녀 마사코는 부모님처럼 의사가 되기 위해 4수 끝에 의대에 갔다. 하지만 졸업도 하기 전 조현병 증상이 나타났다.


다정하고 똑똑했던 마사코는 갑자기 허공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이해할 수 없는 혼자만의 대화를 중얼거린다. 부모는 딸을 병원에 보내는 대신 집에서 돌보기로 결정하고, 집 문을 바깥에서 걸어 잠근다. 그런 채로 25년이 흘러간다.


한 사람의 인생에는 글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복잡하고 처절한 내막이 있다.


일본 다큐멘터리 감독 후지노 도모아키의 누나가 20대 중반이던 1983년 조현병 증세가 나타난 뒤 벌어진 일들도 위와 같은 서술로는 다 담을 수 없다.


사진도 단편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포스터에 들어간 네 가족의 사진은 마사코 아버지의 환갑을 기념해 찍은 것인데, 언뜻 보면 평범한 가족사진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때의 마사코는 이미 조현병 증상을 보여 집에만 칩거하고 있었다. 10대 시절의 도모아키 감독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웃으며 사진을 찍는 게 싫어 혼자서만 카메라를 보지 않고 있다.


도모아키 감독은 카메라를 들어 글이나 사진으로는 기록할 수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찍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이렇게 촬영된 영상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속 한 장면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속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홈비디오 형식으로 일상 속 장면들을 있는 그대로 담은 영상들은 선뜻 입을 열기 어렵게 하는 한 가족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변해가는 딸의 모습을 보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어머니, 텅 빈 눈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누나, 마치 어린아이에게 하듯 누운 딸의 코를 톡 만지는 아버지의 손짓 같은 일상의 순간들이다.


도모아키 감독은 누나의 조현병 증세를 전시하듯 내보이지도, 부모님의 편을 들거나 부모님에게 책임을 돌리지도 않으면서 담담히 보여준다.


가족 모두의 바람과 달리 마사코는 집에서 치료되지 않았고, 발병 후 25년이 지난 2008년에야 처음 병원 치료를 받았다.


마사코는 입원 후 불과 1개월 만에 어느 정도 정상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호전됐다. 영화 내내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하던 남매는 훌쩍 나이 든 모습으로 처음 소소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마사코는 비로소 바깥세상을 조금씩 구경하지만, 어린아이 정도의 판단력으로 내내 부모의 돌봄을 받다 2021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난 직후 병원 치료를 받게 할 수도 있었겠으나, 당시 일본엔 마땅한 조현병 치료제가 없었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극심했다고 한다.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환자 학대 사건에 대한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도모아키 감독은 누나도,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신 후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을 곱씹으며 영화를 만들었다.


제삼자의 입장에 놓인 관객들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질문을 던지면서도 함부로 재단하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지켜보게 된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속 한 장면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속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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