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상》 故 김남식선생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7-22 23:03


故 김남식선생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속에 놓여 있는 나약한 존재이다. 그런 인간의 존재를 잘 드러내는 시공간이 바로 ‘분단된 한반도’이다. 분단이라는 정치·사상·문화적 내상(內傷)이 한반도인의 인식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범인(凡人)이 벗어나기는 어렵다. 친북이거나 반북이거나, 좌익이거나 우익이거나 양극단의 선택밖에 없다고 믿고 살아왔던 것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조건에서 제대로 된 북한연구가 남북한이 아닌, 이정식·스칼라피노·서대숙 같은 미국 거주자에 의해 본격화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남한에서도 그런 업적을 쌓아온 이가 있다. 20 여년 전에 숨을 거둔 고 김남식(金南植) 선생이다. 남로당원이었던 그는 1960년대 초 북한에서 정치공작훈련을 받고 남파됐다가 체포된 뒤 전향하는 곡절많은 인생을 살았다. 보통사람이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 자기중심을 잃게 된다. 그러나 그는 냉전이 한창인 때 남한에서 과거 상상할 수 없는 중립적 시각으로 북한연구를 했고, 그럼으로써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업적을 남겼다. 지금 북한연구의 객관성이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지만, 그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그 시기가 더 늦어졌을 것이다.



물론 한때 중앙정보부 산하 연구소에서 ‘노예의 언어’(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말)로 북한연구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주인의 언어’를 되찾은 그는 북한연구는 곧 반공연구이던 당대의 고정관념을 깼다. 분단의 한 가운데에서 그 분단을 뛰어 넘은 것이다. 그는 통일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그에게 앎과 삶은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는 80세의 나이에도 ‘21세기 우리민족이야기’를 출간했었다. 이렇게 항상 최전선에 있었던 노전사답게 그의 휴식은 그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찾아왔다.


자기시대의 한계를 뛰어 넘은 그에게 감히 위인이라는 이름을 바친다. 헤겔은 이렇게 말했다. “한 시대의 위인은 그 시대의 의지를 표현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인간이다. 그의 행위는 그 시대의 정수이며 본질이다. 이로써 그는 자기시대를 실현하는 것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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