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AI였어?"…드라마·예능 장악한 인공지능 기술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02 07:41

SBS '김부장', KBS 대하사극 '문무' 등 방송가 활용 사례 늘어


제작비 절감 효과 있지만 어색하다는 비판도…"완성도가 관건"


SBS 드라마 '김부장'에서 인공지능(AI)이 활용된 장면SBS 드라마 '김부장'에서 인공지능(AI)이 활용된 장면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SBS 드라마 '김부장' 2회는 북한 대남 첩보총국 부국장 제거라는 임무를 받은 특수요원 김부장(소지섭 분)의 강렬한 액션 장면으로 문을 연다. 홀로 터널로 진입해 추격 차량을 들이받고 총격전을 벌인 뒤, 타깃을 자신의 차에 태운 채 다리 위에서 그대로 추락하는 장면이다.


시청자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소지섭의 액션과 아낌없는 제작비 투입에 감탄했지만, 이 3분가량의 과거 회상 신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다. 사실 이 장면은 100%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가에서 AI 기술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거나 까다로운 촬영을 대체하고, 드라마나 예능 등 방송 콘텐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는 추세다.


지난달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23.1%(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한 '김부장'은 그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2회 도입부는 실제 촬영 없이 주요 장면 전체를 AI로 완성한 국내 상업 드라마 최초 사례로 주목받았다.


'김부장'을 연출한 이승영 감독은 "살인병기인 김부장의 능력치를 최대치로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었다며 "제작비 한계로 실사 촬영을 포기할 위기에 AI가 대안이 됐다"고 설명했다. 배우 소지섭 역시 "앞으로 배제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협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KBS '러브 : 트랙 - 늑대가 사라진 밤에' 장면 일부KBS '러브 : 트랙 - 늑대가 사라진 밤에' 장면 일부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른 방송사도 AI 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S는 하반기에 방송하는 대하사극 '문무'의 대규모 전투 장면에 AI를 적극 이용할 계획이다. 신라가 당나라를 물리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매소성·기벌포 전투 연출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방영된 KBS 단막극 '러브 : 트랙-늑대가 사라진 밤에'에서는 야생 늑대를 섭외하는 대신, 개를 촬영한 영상에 AI를 입혀 늑대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박장범 KBS 사장은 올해 'AI 혁신'을 전사적 목표로 내걸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은 AI에 맡기고, 우리는 한계를 넘어서는 고품질 콘텐츠 제작에 집중해야 한다"며 "AI는 더 빠르고 정확하며 깊이 있는 공영 저널리즘을 위한 필수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예능계에서는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예능의 주요 소재로 바라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달 20일 첫 방송하는 SBS 새 연애 리얼리티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가 그 대표 사례다. 이 예능에서는 방송인 기안84와 코미디언 장도연 등이 영화 'HER' 속 한 장면처럼 AI로 구현된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며, AI와 인간의 감정 교류가 가능한지 실험에 나선다.


SBS 예능 '기이안 연애' 장면 일부SBS 예능 '기이안 연애' 장면 일부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디즈니+ 미스터리 추리 예능 '머더클럽'은 AI가 사건 현장과 알리바이 정황을 구현하고, 출연진이 이를 바탕으로 진범을 추리하는 방식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KBS 음악 토크쇼 '더 시즌즈-성시경의 고막남친'은 AI로 게스트의 음악 활동 이력을 실시간 분석하고 과거 방송 장면을 즉시 찾아내는 기술을 선보였다.


제작비 규모가 적거나, 재연 배우 의존도가 높은 예능 및 교양 프로그램 등에서는 AI 전환이 더 두드러진다.


MBC '심야괴담회', TV조선 '왕은 무얼 자셨는가', JTBC '사건반장', SBS '궁금한 이야기 Y' 등 사연 소개가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에선 AI가 재연 배우나 컴퓨터그래픽(CG) 삽화를 대체하고 있다.


특히 EBS는 AI 콘텐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방송사로 꼽힌다. 동서양 명작 100권을 AI 영상으로 구현한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역사 속 인물과 장면을 AI로 재현한 'AI 인물 한국사', 'AI 드라마 - 부활수업' 등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김유열 EBS 사장은 올해 연합뉴스 인터뷰 당시 "EBS에 AI는 호재다. 교육용 콘텐츠는 원래 애니메이션이나 인형극을 활용해 왔기에 현실 인물을 그대로 구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제작비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우주나 역사 등 상상력을 자유롭게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TV조선 '왕은 무얼 자셨는가' 방송 장면 일부TV조선 '왕은 무얼 자셨는가' 방송 장면 일부 [TV조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AI 기반 영상 기술은 제작비 절감 효과는 물론, 위험하거나 까다로운 촬영을 대체하고 협업이 필요한 방송 제작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인물의 얼굴이 전면에 드러나는 재연 및 자료화면 대체의 경우 시청자들에게 이질감을 느끼게 하고, 역사나 사건 등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확한 고증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영상미디어학과 교수는 "'김부장'처럼 얼굴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액션 장면 위주의 활용은 거부감도 적고 제작비 절감 효과도 분명하다"면서도 "반면 자료화면이나 재연 장면을 AI로 대체하는 사례의 경우 뻔하고 반복적인 결과물에 대한 피로감과 거부감이 커지면서 시청자 몰입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방송사의 AI 활용은 기술 적용 여부를 넘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확보하느냐'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이 교수는 "AI를 썼는지 안 썼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잘 활용했느냐가 관건"이라며 "방송사의 재원 구조 안에서 시청자가 기대하는 완성도의 적정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제언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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