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번 넘어져도 다시"…'잘 큰 보드 천재' 강준이의 금빛 집념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02 07:45

SLS 데뷔전 우승·X게임 싹쓸이 등 대회마다 한국 스케이트보드 새 역사


첫 출전 앞둔 AG서 우승 정조준…"종목 대중화 이끄는 스타 될 것"


'보드 천재' 강준이'보드 천재' 강준이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30일 서울 보라매공원 훈련장에서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강준이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7.31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다친 데 있냐고요? 안 아픈 데가 없어요. (웃음)"


혈기 왕성한 18세 청년의 입에서 나올 법한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 스케이트보드의 '간판' 강준이의 온몸에는 멍과 피딱지가 가실 날이 없고, 허리와 무릎, 골반, 손목 등 관절마다 성한 곳이 없다


고난도 트릭을 구사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번씩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해야 하는 종목 특성상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일본 전지훈련을 앞두고 서울 보라매공원 엑스게임장에서 만난 강준이는 "넘어지는 건 매번 아프지만 넘어지고 또 넘어지다 보면 '이제 다 넘어졌으니까 성공할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그걸 위해 훈련하는 것"이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8살 때 취미로 보드에 입문해 과거 TV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서도 신동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이제 한국 스케이트보드를 대표하는 최고 스타로 우뚝 섰다.


스케이트보드 '간판 스타' 강준이스케이트보드 '간판 스타' 강준이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30일 서울 보라매공원 훈련장에서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강준이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7.31 hwayoung7@yna.co.kr


국내를 넘어 국제 무대에서도 매번 한국 스케이트보드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2024년 11월 세계적인 아마추어 대회 '탬파암'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의 감격을 누렸고, 올해 초에는 전 세계 프로 스케이트보더들이 선망하는 최대 상금(약 5만달러·7221만원), 최고 권위의 '스트리트 리그 스케이트보딩'(SLS) 데뷔 무대마저 제패했다.


그 기세를 몰아 지난달에는 세계 최대 액션 스포츠 대회인 2026 문페이 X게임에서 연속 메달 낭보를 전했다.


6월 말부터 약 한 달간 미국 새크라멘토, 일본 지바, 미국 뉴올리언스를 오가며 X게임에 연달아 출전해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휩쓸며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어김없이 시상대에 올랐다.


스케이트보드 '간판 스타' 강준이스케이트보드 '간판 스타' 강준이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30일 서울 보라매공원 훈련장에서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강준이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7.31 hwayoung7@yna.co.kr


눈부신 성장의 동력으로 그는 주저 없이 '끈기'를 꼽았다.


강준이는 "하루에 6시간씩 훈련하며 매일 적어도 100번은 넘어진다. 안 돼도 될 때까지 해내는 끈기가 스케이트보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집념만큼은 자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어려운 트릭을 좋아해 2년 반 동안 훈련해 완성한 '얼리 270 힐플립 보드 슬라이드'가 이제 내 시그니처 트릭이 됐다"며 "지금껏 트릭이 안 된다고 포기해 본 적은 없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고, 오늘 안 되면 내일 또 시도한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이 트릭은 점프와 동시에 공중에서 몸을 270도 비틀어 돌면서 발뒤꿈치로 보드를 한 바퀴 회전시키고, 직후 좁은 레일 위에 보드 한가운데를 정확히 얹어 미끄러져 내려오는 고난도 기술이다.


무엇 하나에 꽂히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두고 주변에서는 "독하다"며 혀를 내두르지만, 바로 그 집념이 그를 정상의 자리로 이끌고 있다.


2021년 14살의 나이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당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으나, 이듬해 훈련 중 겪은 무릎 부상으로 출전이 좌절됐었다. 이번 아이치·나고야 대회가 그의 아시안게임 데뷔전이다.


강준이는 "당시에는 솔직히 메달을 딸 만한 실력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무조건 1등 할 자신이 있다"며 미소와 함께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아시안게임 출격하는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강준이아시안게임 출격하는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강준이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30일 서울 보라매공원 훈련장에서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강준이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7.31 hwayoung7@yna.co.kr


미국 길거리 문화에서 태동한 스케이트보드는 2020 도쿄 올림픽을 시작으로 2024 파리,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안착했다.


아시안게임 역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부터 3회 연속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여전히 척박하다. 국제 규격에 맞는 훈련장이 턱없이 부족해 해외 전지훈련을 전전해야 하고, 보드 신(Scene)에서는 세계적 스타 대우를 받지만 정작 같은 학교 친구들은 그가 어떤 종목의 선수인지조차 잘 모르는 실정이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내고, 스케이트보드의 대중화를 이끄는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 강준이의 최종 꿈이다.


그는 "언젠가는 스케이트보드가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만큼 대중적으로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며 "그런 스타가 될 자신감은 무조건 있다"고 싱긋 웃어 보였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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