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가 9~10월 만기 몰려…SK온·롯데건설 등 만기
저금리 발행채 이자 부담↑…A급 이하 투자저변도 좁아
기업 자금조달 빨간불. 2022.10.24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회인 기자 = 올해 남은 A+ 이하 비우량채 만기 물량의 약 70%가 다음 달부터 두 달간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량 회사채보다 상대적으로 투자 수요가 취약한 A급 이하 기업들이 대거 차환에 나서야 하는 만큼 올해 남은 회사채 발행시장의 주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연말까지 A+ 이하 선순위 무보증 회사채의 만기도래액은 총 5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9~10월 만기도래액만 3조7천310억원으로 전체의 약 73%를 차지한다.
월별로는 9월이 2조1천5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10월이 1조5천8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신용 평가상 A등급은 투자적격등급이지만, 회사채(크레딧) 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 수요와 신용등급 하락 위험 등을 고려해 A급부터 비우량물로 구분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주요 매수 주체로 떠오른 SK하이닉스[000660]도 AA급 이상 공모채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관은 아예 A급 회사채를 투자 가능군(유니버스)에서 제외하는 등 AA급과 A급 사이에는 투자자 저변에서도 격차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A-등급은 한 단계만 내려가도 BBB+가 된다.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일부 기관 수요 감소와 조달 비용 상승에 노출될 수 있어 시장에서는 A급부터 차환 위험을 별도로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상반기 잇따른 크레딧 이슈도 비우량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는 지난 4월까지 A- 등급을 유지했지만 불과 열흘여 만에 BBB+, BB+를 거쳐 C등급까지 급락했다. 이후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회생절차 신청과 중앙일보 회사채의 기한이익상실(EOD)까지 겹쳤다.
시장에서는 이들 사태 이후 BBB급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잇따르는 등 우량채와 비우량채 간 수급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모 기업의 회사채는 현재도 일부 물량이 시장에서 셀다운(재매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이같은 등급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금리가 높아져도 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 수요가 충분히 유입되지 않으면서 비우량채의 차환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발행시장(DCM) 관계자는 "최근에는 여전채나 공사채도 AAA급이 아니면 금리가 높아도 매수세가 잘 붙지 않을 정도로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취약하다"며 "등급이 낮아질수록 금리 매력은 커지지만 신용 위험에 대한 부담도 커져 수요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 자금확보 총력 [연합뉴스TV 제공]
당장 다음 달에는 A+등급인 SK실트론의 2천130억원 규모 회사채와 삼척블루파워의 2천50억원 규모 공모채가 만기를 맞는다.
10월에도 A+ 이하 회사채 1조5천804억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SK온 1천350억원을 비롯해 롯데건설 1천180억원, 한화에너지 800억원 등의 만기가 돌아온다.
특히 2021년 전후 저금리 시기 발행된 회사채는 차환 과정에서 이자 부담이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현재 A+ 등급 회사채의 민간채권평가회사(민평) 금리는 연 5.686% 수준으로, 2021년 2%대에 조달했던 기업은 비슷한 신용등급으로 차환할 경우 금리가 최대 3%포인트 안팎까지 높아질 수 있다.
롯데렌탈[089860]은 2021년 연 2.250%에 발행한 1천500억원 규모 채권의 만기가 다음 달 돌아온다. LG디스플레이[034220]도 같은 해 연 2.792%에 발행한 2천100억원, 롯데건설은 연 2.692%에 발행한 7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각각 상환해야 한다.
또 다른 중소형 증권사 DCM 관계자는 "5년 전에는 2% 안팎에서 자금을 조달했지만, 지금은 A+ 등급도 발행이 잘된다고 가정해도 5%대 후반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며 "발행사 입장에서는 차환 비용이 현저하게 커졌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금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적극적으로 매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BBB급으로 내려갈수록 공모채뿐 아니라 사모채 만기도 눈에 띈다. 다음 달 LS네트웍스[000680]의 400억원 공모채와 AJ네트웍스[095570](100억원)·한진(150억원) 등이 사모채 만기를 맞는다.
공모채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금리를 높여 사모채를 발행하거나 은행 대출로 우회해야 하지만 대체 조달 수단도 제한적이라는 분위기다. 은행권 역시 기업 대출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대규모 회사채 만기를 대출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형 증권사 DCM 관계자는 "현금 여력이 충분한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결국 높은 금리를 감수해 공·사모채를 다시 발행하거나 다른 조달 수단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어느 쪽도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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