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에 빈 지갑, 그래도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8-20 06:02


■ 빈 둥지에 빈 지갑, 그래도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는 동쪽에서 떠올라 한낮의 찬란함을 지나 서쪽 하늘로 기울어 간다. 사람의 인생도 다르지 않다.

누구에게나 은퇴의 시기는 찾아온다.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자연의 이치다.

젊은 날 우리는 가족을 위해 살았다. 새벽을 열고 밤늦도록 일터를 지키며 흘린 땀방울은 모두 가정을 위한 것이었다.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자신의 꿈은 뒤로 미루었다. '아이들만 잘 키우면 살림이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 하나로 버텼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자녀들이 둥지를 떠난 뒤에도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기다리던 것은 넉넉한 노후가 아니라 쥐꼬리만 한 연금이었다. 빈 둥지에는 적막이 남고, 손안에는 얇아진 지갑만 남았다.


빈등지 증후군


누구나 한 번 쯤 겪는 일이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몸은 예전 같지 않다. 다시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는 많지 않다. 단순 노무직조차 젊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세상이다. 자식들도 제 삶을 꾸리기 바쁘니 부모가 손을 내밀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절망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은퇴는 인생의 끝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갈림길이다. 이제는 돈보다 건강을 지키고, 소유보다 관계를 가꾸며, 경쟁보다 나눔을 배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비록 주머니는 가벼워도 마음만은 가난해져서는 안 된다. 작은 텃밭을 가꾸고, 책을 읽고, 걷기를 생활화하며, 봉사와 취미를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은 결코 늙지 않는다.

가진 것이 적어도 베풀 수 있는 따뜻한 말 한 마디와 미소는 누구나 나눌 수 있다.

노년은 자녀에게 짐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시간이 아니다.

삶의 지혜를 전해 주는 스승이 되는 시간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경험을 나누고, 손주들에게는 사랑을 심어 주며, 사회에는 품격 있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한다.

인생의 황혼은 석양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 석양은 떠오르는 태양보다 빛은 약하지만, 더 깊은 감동을 준다. 노년 또한 그렇다. 화려함은 줄어들지라도 향기는 더욱 짙어질 수 있다.

빈 둥지라고 슬퍼하지 말자. 빈 지갑이라고 낙심하지 말자. 사람의 진정한 부富는 통장 잔고가 아니라 살아온 세월이 만들어 준 지혜와 품격이다.

은퇴는 인생의 쉼표일 뿐 마침표가 아니다.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노년은 또 다른 청춘이 될 것이다.

권오정 문화부장/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등록일자2025-07-05
오픈일자2025-07-05
발행일자2026-08-20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274-3.일심빌딩 302호 031-781-9811.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