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왕용 시인이 등단 60년을 맞아 기념시집 『땅의 노래, 소금과 빛으로』(사진=작가마을 제공)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을 지낸 양왕용 시인이 등단 60년을 맞아 기념시집 『땅의 노래, 소금과 빛으로』(도서출판 작가마을)를 펴냈다. 1965~66년 경북대 재학 시절 김춘수 시인의 세 차례 추천을 받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60년에 걸쳐 이어온 시인의 문학적·정신적 여정을 한 권에 갈무리한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는 모두 75편의 시가 3부로 나뉘어 실렸다. 1부 ‘땅의 노래’에는 지상의 영혼을 주제로 한 16편, 2부 ‘소금으로, 그리고 빛으로’에는 신앙과 종교적 성찰을 중심으로 한 44편, 3부 ‘할아버지 학교 다녀옵니다’에는 가족을 중심 소재로 삼은 15편이 담겼다. 등단 60주년 기념시집이면서 한 시인이 지나온 생애를 생태·신앙·가족이라는 세 갈래의 시적 언어로 압축해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시집의 중심축은 44편이 실린 2부다. 오랜 문학 활동과 함께 시인의 정신적 토대를 이루어온 기독교 신앙이 집중적으로 드러난다. 애초 별도의 시집으로 묶으려 했던 작품들로, 시인은 신앙을 추상적인 관념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구체적인 현실과 삶의 자리로 끌어들인다. 신앙과 현실 사이의 긴장, 인간의 고통과 구원, 어떻게 ‘소금과 빛’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시편 곳곳을 관통한다.
1부 ‘땅의 노래’에서는 시선이 인간을 넘어 자연과 생명으로 넓어진다.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를 비롯해 땅 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의 존재를 바라보며 인간 중심의 삶을 되묻는다. 여기서 ‘땅’은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생명을 품고 인간의 삶을 떠받치는 근원적인 공간으로 읽힌다.
반면 3부 ‘할아버지 학교 다녀옵니다’에서는 시선이 가족과 일상으로 돌아온다. 가족과 함께하는 현재의 평온한 삶, 할아버지로 살아가는 시간과 소소한 일상이 시의 소재가 된다. 거대한 종교적 질문과 생태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시집이 마지막에 가족의 얼굴과 생활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따라서 『땅의 노래, 소금과 빛으로』는 단순한 등단 60주년 기념 선집이라기보다 양왕용 시인의 생애를 축약해 놓은 시집에 가깝다. 1부가 시인의 탄생과 청년기, 자연과 세상을 향한 시선을 보여준다면 2부는 오랫동안 삶을 지탱해온 신앙과 성장·절정의 시간을, 3부는 가족과 함께하는 현재의 여유롭고 평안한 시간을 보여준다.
박남훈 문학평론가는 양왕용을 “이 시대 진정한 복음주의 시인”이라고 평했다. 그의 시가 이원론적인 신앙이나 현실도피적인 신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교회가 처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말씀에 근거한 삶을 살아낼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부딪치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양왕용 시인(사진=작가마을 제공)
양왕용 시인은 1943년 경남 남해군 창선도에서 태어났다. 진주고와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5~66년 대학 재학 중 김춘수 시인의 세 차례 추천으로 『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경남중·부산진중·부산여고 교사를 거쳐 1976년부터 2009년까지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한국시문학회 회장,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시집 『갈라지는 바다』, 『달빛으로 일어서는 강물』, 『여름밤의 꿈』, 『섬 가운데의 바다』, 『버리기, 그리고 찾아보기』, 『로마로 가는 길에 금정산을 만나다』, 『백두산에서 해운대 바라본다』, 『천사의 도시, 그리고 눈의 나라』 등을 펴냈다.
시문학상 본상, 한국크리스천문학상, 설송문학상 본상, 부산시문화상 문학부문, 한국장로문학상, 한국예총 예술문화대상, 한국현대시협 국제교류문학대상, 상록수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60년 동안 시를 써온 시인이 다시 ‘땅’을 바라보고 ‘소금과 빛’을 이야기한다. 『땅의 노래, 소금과 빛으로』는 한 시인의 문학적 연륜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과 신앙과 가족이라는 세 개의 축을 통해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가는 시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