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정기공연…오케스트라 에너지 끌어올린 츠베덴의 지휘
별세 단원 추모 연주도…21일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서울시향 정기공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과 단원들이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정기공연을 마치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08.20 hyun@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가 1924년 작곡한 '로마의 소나무'는 로마의 과거와 신화적 정취를 시간의 층으로 겹쳐 보여주는 관현악 교향시다.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보르게세 저택부터 카타콤, 자니콜로 언덕, 아피아 가도까지 로마의 주요 명소에서 만날 수 있는 소나무의 풍경과 역사적 상상력을 화려한 오케스트라 선율로 엮어낸 곡이다.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기공연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를 온전하게 감상할 기회였다. 서울시향은 레스피기의 선율을 한 땀 한 땀 수놓듯 연주하며 국내 클래식 팬들을 로마 한가운데로 안내했다.
연주는 첫 악장부터 강렬했다. 금관과 타악기, 피아노와 오르간까지 총동원된 음향이 한꺼번에 무대를 열며 관객을 음악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어지는 2악장과 3악장은 밝은 색채의 선율을 장엄한 분위기로 전환했다. 2악장 카타콤(지하 묘지)의 정취는 경건하고 신비롭게 들렸고, 3악장 자니콜로 언덕에선 클라리넷 선율과 함께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가 몽환적인 무대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를 노래한 마지막 4악장에선 먼 곳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군인들의 행진을 오케스트라 리듬으로 표현했다. 시간이 압축되는 듯한 점진적 고조, 장엄한 분위기로 이어지는 클라이맥스, 장렬한 마무리까지 레스피기가 설계한 대서사의 흐름이 또렷하게 실현된 연주였다.
특히 4악장 마지막 부분에선 오케스트라의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아 속도와 긴장감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서울시향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의 지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명확한 앙상블 위에 화려한 관현악 색채가 얹히면서, 공연장은 단순히 큰 소리가 가득 찬 공간이 아니라 선율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악기 조율하는 서울시향 단원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서울시향 단원들이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정기공연을 앞두고 악기를 조율하고 있다. 2026.08.20 hyun@yna.co.kr
이날 연주회의 문을 연 작품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이었다. 서울시향은 이 유명한 작품의 익숙한 선율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고 긴장감을 살린 연주로 집중도를 높였다.
이어 등장한 정재일의 '인페르노'는 이날 프로그램의 '반전 매력'을 완성했다. 영화와 드라마 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의 작품인 만큼, 서울시향은 관객이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강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연주했다. 콘트라베이스가 장엄한 저음역을 단단히 받치고, 팀파니와 북 등 타악기가 오케스트라의 표정을 순식간에 바꾸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앙코르 연주를 거의 하지 않는 츠베덴의 서울시향은 이례적으로 추가 무대를 선보였다. 정식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기던 중 츠베덴이 갑자기 포디움에 올라 최근 별세한 단원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어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가 펼쳐지자, 관객들도 숙연한 분위기로 다시 자리에 앉아 연주를 끝까지 들었다. 서울시향은 별세한 단원의 개인 신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시향은 21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정기공연을 이어간다. 이 공연에선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과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가 시작과 끝에 배치된 가운데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인페르노'를 대신한다.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가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