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 음모론에서 유력가설 떠오른 '코로나 인공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21 11:07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2019년 12월 초 중국 우한에서는 시민들이 원인 불명의 폐렴 증상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우한을 봉쇄했고, 같은 달 말일이 돼서야 이 사실을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세계 각국은 이것이 무려 3년 3개월이나 지구촌 전체를 고통으로 몰아넣은 코로나 팬데믹의 시작이 될지 몰랐다. '우한 폐렴'으로 불린 이 괴질은 2020년 2월 중국의 반발과 WHO의 권고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명칭을 바꿨다.


中 우한폐렴 급증, 환자 200명 넘어…춘제 '비상'(CG)中 우한폐렴 급증, 환자 200명 넘어…춘제 '비상'(CG) 2020.1.21

[연합뉴스TV 제공]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가 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많은 사람이 감염돼 사망했고, 경제적 피해는 천문학적 규모로 치솟았다. 각국 경제 성장이 멈췄고 정부 부채가 늘어났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물가와 금리가 올라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줬으며 일자리도 감소했다. 항공·관광·서비스업 등 특정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제조 기반 재편이 이뤄졌다.


무엇보다 무형의 피해와 후유증이 컸다. 사람들은 모든 일상에서 차질을 빚고 불편에 시달려야 했다. 고립과 봉쇄로 인한 우울증(코로나 블루), 돌봄 공백, 계층 간 양극화 심화 등으로 여러 사회 문제가 생겼다. 특히 성장기였던 아이들에게 팬데믹은 재앙이었다. 세계 수억 명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면서 학습 손실과 사회성 발달 저해를 겪었다. 국제기구에서는 이들을 '잃어버린 세대' (The Lost Generation), '록다운 세대'(Lockdown Generation)로 부르며 미래 세대의 교육 결손이 언젠가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우려했다.


이처럼 큰 고통과 단절을 안긴 코로나바이러스는 애초 우한의 한 시장에서 자연 발생한 것으로 인식됐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만들어 실험하다 유출됐다는 인공설(人工說)도 제기됐으나 음모론으로 치부됐다. 당시 자연발생설을 띄우고 인공설을 일축한 중심 세력은 중국 당국과 WHO였고, 주요 인물 중 하나로 앤서니 파우치 전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꼽힌다. 파우치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가 거센 추궁을 받았고, 위증과 답변 거부에 따른 '의회 모독죄'로 기소될 위기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질병관리본부 제공]


한때 '코로나 방역 스타'로 추앙받던 파우치의 극적인 추락과 함께 반전이 하나 더 일어났다. 한낱 음모론 취급을 받던 코로나 인공설이 이제는 유력한 가설로 부상한 것이다. 미국 의회와 에너지부의 심층 조사,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등의 수사를 거치며 가장 개연성이 큰 코로나 발생 경위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기관은 공식 보고서에서도 자연발생설보다 연구소에서의 사고로 인한 유출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코로나 대응을 총괄한 아시시 자 박사가 자신이 고수해온 자연발생설을 뒤집어 우한연구소 유출이 유력하다고 결론 내면서 이제 코로나 인공설은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게 됐다. 파우치가 의회 증언에서 코로나 유출 관련 질문에 대답을 모두 회피한 사실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연구용으로 만들어졌다는 가설에 더욱 힘을 실었다. 파우치의 업무 일지에선 '우한 시장이 바이러스 발원지가 아니다'라는 글이 발견되기도 했다. 다만 바이러스의 유출 경위와 관련해선 고의에 의한 유출보다 실수로 퍼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 상태다.


앤서니 파우치앤서니 파우치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앤서니 파우치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유출의 고의 여부를 떠나 바이러스를 인간이 만들었다는 가설은 주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팬데믹이 인재(人災)란 뜻이 된다. 따라서 앞으로 팬데믹 피해 책임을 묻는 정치적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 집권 세력은 중국에 책임을 묻고 싶어 한다. 이는 미중 패권 대결과도 연관됐다. 미국은 코로나 인공설의 최종 규명을 위해 중국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실 중국이 조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으니 인공설이 최종 결론을 얻긴 어렵다. 다만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이 인재였다면, 3년 넘게 고통받았던 시간을 우리는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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