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남부 나라야니강에 떠밀려온 주검…경찰·군인 수습 작업 계속
"동네 35년 살았는데 이런 광경 처음"…불어난 강물에 유속도 빨라져
(치트완[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카트만두에 있는 병원, 트리슐리 군사기지, 둔체 군부대 등 수백㎞를 헤맸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제발 남편 시신만이라도 찾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네요."
남편 찾아 수백킬로 헤매…"시신만이라도 찾았으면" (치트완[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촬영 = 남동발전에서 일하다 실종된 남편을 찾아달라며 남편 사진을 보여주는 선기다 카르키(43)씨 2026.8.30
30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6시간가량 남쪽으로 차를 타고 달려 도착한 도시 치트완에서 만난 선기다 카르키(43)씨는 "남편이 남동발전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실종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치트완은 산사태·대홍수가 발생한 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에서 약 180㎞ 떨어진 곳이다.
라수와 지역에서 시작되는 트리슐리 강은 치트완을 흐르는 나라야니 강으로 이어진다.
나라야니 강에서는 대홍수 발생 후 지금까지 수백구의 주검이 발견됐다.
카르키씨도 이 소식을 듣고 남편 시신만이라도 찾겠다는 희망을 품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한국인이냐'고 먼저 묻고는 제발 남편을 찾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카르키씨는 "홍수가 난 날 남편과 오전 9시 5분까지 통화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누가 부르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며 "그때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갈 수 있는 곳은 다 가봤지만 (생존자·사망자 명단에서) 이름을 찾지 못했다"며 "치트완에서도 병원, 경찰서를 다 돌아다녔지만, 남편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언제쯤 실종된 가족을 찾을까" (치트완[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촬영 = 모니터에 뜨는 수습된 희생자 사진을 지켜보며 실종된 가족을 찾는 모습 2026.8.30
카르키씨를 만난 곳은 치트완 바랏푸르 지역 무역센터였다.
이곳은 수습된 희생자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한 임시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무역센터 건물 안 모니터에서는 강에서 수습한 희생자 사진이 차례로 나타났다.
신분증이 함께 발견된 경우에는 신분증 사진도 화면에 함께 표시됐다.
기자가 방문한 당시 50여명이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혹시 있을지 모를 실종 가족의 사진을 찾았다.
가족이 맞는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문의해 신원 확인 절차를 밟은 뒤 인계할 수 있다.
"라수와 지역 발전소에서 일하던 남동들이 실종됐어요" (치트완[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촬영 = 실종된 남동생 2명을 찾고 있는 기타 구루 씨(오른쪽) 2026.8.30
치트완 주민 기타 구루(32)씨도 남동생 2명을 찾기 위해 무역센터를 방문했다.
구루씨는 "아버지와 남동생 두 명이 라수와에 있는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살아 돌아왔고 남동생들은 실종됐다"고 말했다.
이어 "친척들도 각지에 흩어져 함께 찾고 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고 했다.
무역센터 바로 옆 건물은 영안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내부 취재는 거부돼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습된 희생자 69명이 안치돼 있다"고 말했다.
나라야니 강 곳곳에서 물살 지켜보는 실종자 가족·주민 영상 (치트완[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촬영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지 닷새째인 이날도 나라야니 강에서는 수습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제복 차림의 경찰관과 군인, 실종자를 찾는 가족, 주민들이 강을 따라 곳곳에 모여 있었다.
희생자가 발견되면 경찰이 특징을 기록한 뒤 병원 영안실 또는 임시 영안소 등으로 이송한다.
나라야니 강은 대홍수 여파로 유량이 무섭게 불어나 있고 유속도 매우 빨랐다.
인근 마을 주민 데르 비놋구를라코티(35)씨는 "홍수가 난 날 오후 4시께부터 나라야니 강에 온갖 것들이 떠내려왔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살람 미아(36)씨는 "며칠간 목격한 일에 마음이 아팠다"며 "돌아가신 분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소리 사포타(50)씨는 "결혼하면서 치트완으로 이주해 35년간 이 동네에 살았는데 정말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네팔 재난관리청에 따르면 대홍수로 이날 오후 기준 네팔 내 사망자는 최소 734명, 실종자는 외국인 589명을 포함해 총 2천498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실종자는 30여개국 국적이며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네팔 경찰 등이 강가에서 수색·수습하는 모습 (치트완[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촬영
네팔 경찰 등이 강가에서 수색·수습하는 모습 (치트완[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촬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