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호재 없다…30년물 입찰 부진에 재정·물가 경계도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9-02 07:54

최근 2년간 국고채 10년, 30년물 금리 추이최근 2년간 국고채 10년, 30년물 금리 추이 [출처: 금융투자협회,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뉴스) 강수지 기자 =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2연속 기준금리 인상 소화와 국고채 발행 물량 축소에도 여전히 초장기물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재정 확대 및 국고채 발행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와 미국 장기금리 상승, 물가 경계가 겹쳤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실시된 국고채 30년물 입찰은 신규 지표물(26-8호) 선매출에도 예상보다 약한 수요를 보였다.


재정경제부가 이달 30년물 발행물량을 2조5천억원으로 전달 대비 3천억원 줄였지만, 고금리 상황에서 초장기물 매수세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초장기물은 최근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는데, 주로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의 수요 약화와 신규 지표물 공급 부담, 기금·외국인·투신 수요 공백, 공격적 숏 포지션이 겹친 결과였다.


정부가 이달 국고채 발행 물량을 조정하며 수급 개선에 나섰지만, 보험사가 금리 수준과 지급여력제도(K-ICS) 여건에 민감해지면서 발행 물량 조정만으로 수요를 회복시키기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30년물 입찰 가격은 시장 거래가격보다 조금 높았는데, 입찰 물량이 줄어든 점과 신규 지표물인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수요가 탄탄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보험사들이 장기채를 매수할 유인이 줄어드는데, 현재 보유 중인 물건과 균형을 맞추려면 금리가 내려가거나 보유채권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날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도 채권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을 820조9천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채권시장의 관심사인 내년도 국고채 총발행 규모는 222조8천억원으로 편성됐다. 만기별 발행 비중은 연말께 발표될 예정이다.


대통령 발언도 시장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금리 상승은 피할 수가 없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이 정교한 역할 분담에 나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기준금리 상승을 기정사실화한 데다 재정 역할 강조를 통해 향후 국채 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간밤 미국과 이란의 갈등 재점화에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아시아 거래에서 한때 4.789%까지 오르며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장기물 금리 방향이 대외 장기금리와 국고채 발행 계획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김찬희 연구원은 "확장 재정 기조는 채권시장에 우호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제한적이며, 향후 구체적인 재정 운용 틀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11월 금통위 전까지 대외 기간 프리미엄과 확장 재정 기조가 금리 방향을 좌우할 주요 변수라고 봤다.


단기물 금리는 외국인 국채선물 대량 매도에도 통화안정증권 바이백(채권 매입)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지지되는 모습이다. 다만, 오는 10일 국고채 만기와 신규 지표물 교체에 따른 수급 요인이 지나간 뒤에도 매수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발표될 물가 지표도 호재로 작용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8월 소비자물가동향은 작년 8월 휴대전화 요금 할인으로 인한 기저효과에 일시적인 급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올 경우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


다만, 국고채 금리의 추가 상승세는 제한적이며 대외금리가 안정되면 금리가 하락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관련 수요가 없고, 국내에서도 보험사 수요가 약화된 상황인데 국고채 공급도 많이 줄지 않아서 시장이 약한 것 같다"며 "다만, 국채 금리가 더 많이 오르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미국이 금리 인상하며 물가 대응 의지를 보여주면 채권금리가 안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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