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했던 가뭄 현장 다시 가보니…0%였던 대구 도남저수지 저수율 13.3%로 상승
수확 포기한 농가 등 가뭄 상흔 여전…운문댐은 아직 '심각' 단계
물 차오른 도남저수지 [촬영 황수빈]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최근 대구·경북에 '단비'가 잇따라 내리면서 오랜 가뭄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
바닥을 드러냈던 저수지와 댐의 저수율이 회복되고 농업용수 사정도 나아지면서 수확철을 앞둔 농민들의 시름도 한결 덜어졌다.
다만 긴 가뭄으로 이미 작황 피해를 보거나 수확을 포기한 농가도 있어 곳곳에는 가뭄의 상흔이 남아 있다.
지난 1일 오전, 대구 북구 도남저수지.
이 저수지는 도남동 일대 농가 50여 곳이 농업용수를 끌어다 쓰는 곳이다.
지난달 길어진 가뭄에 저수지 바닥이 쩍쩍 갈라지며 밖으로 드러나자 연일 양수기와 대형 살수차가 동원되기도 했다.
최근 단비가 잇따라 내리며 이날은 모처럼 물이 고여 있었다.
물가를 따라 바싹 말랐던 흙은 수분을 머금은 듯 진한 갈색빛을 띠었다.
연일 농업용수를 퍼 나른 양수기와 대형 살수차는 이날 볼 수 없었다.
도남저수지 저수율은 지난달 초부터 내내 0%였다가 전날부터 조금씩 오르더니 이날 13.3%를 기록했다.
농민들은 가을철 벼 수확을 앞두고 한시름 던 듯 얼굴이 밝았다.
이들은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농사일을 하거나 논밭을 오갔다.
벼들은 푸릇한 잎 사이로 샛노란 알곡이 맺히는 등 정상적으로 자라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도남동 일대에서 수십년간 1천800평 규모의 논농사를 지어온 김상돌(68)씨도 최근까지 비가 오지 않아 속이 바짝 탔었다고 한다.
김씨는 "올해같이 가물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지난달까지만 해도 논바닥이 갈라지고 벼 잎도 누렇게 말라버려서 난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남저수지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었다"며 "최근에 비가 계속 내려 한숨을 돌렸다"고 했다.
다른 주민도 "다행히 비가 많이 내려서 최근에 들깨를 무사히 잘 수확했다"며 웃었다.
도남동 일대 논밭 [촬영 황수빈]
심각한 가뭄에 한차례 단수 위기까지 겪었던 경북 청도도 지역마다 저수지에 물이 차오르면서 한숨을 돌렸다.
한때 삼신지, 남성현지 등 일부 저수지는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을균(72) 삼신1리 이장은 "동네 저수지가 바닥을 보인 건 1980년대 이후 처음"이라며 "올해처럼 가물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수 위기까지 겹치니까 최근 비가 오기 직전까지 각종 용기에 물을 받아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단비가 내렸음에도 가뭄이 워낙 길었던 탓에 일찌감치 올해 농사를 포기한 농민들도 있었다.
제때 논에 물을 대지 못해 벼가 잘 크지 않자 오히려 수확하는 게 더 손해가 된 셈이다.
다른 마을 김모(74)씨는 "한참 벼알이 영글어갈 시기에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하니 쭉정이가 많아졌다"며 "품삯도 안 나오겠다며 농사를 포기한 주민들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도남동 일대에 동원된 대형 살수차 [대구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대구·경북에는 지난달부터 '단비'가 잇따라 내렸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전날까지 누적 강수량은 문경 303.9㎜, 청도 254㎜, 상주 195㎜, 영주 190.9㎜, 대구 171㎜ 등이다.
연이어 내린 비에 포항, 성주, 고령 등 저수율이 낮았던 지역의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40%를 넘어섰다.
전국 12개 용수댐 중 유일하게 가뭄 단계가 '심각'인 운문댐도 26.7%로 소폭 상승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5∼40㎜의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저수율이 더 회복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불안정 등의 영향으로 비 소식이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