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소식(小食)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05 00:16


소식(小食)




다쿠앙(澤庵) 선사의 식단은 아주 조촐했다. 나무 밥그릇 절반을 겨우 넘는 잡곡밥, 5㎝ 크기의 무짠지 세조각, 그리고 맑은 산중 샘물 한잔이 전부였다. 하루 세끼를 모두 그렇게 했으나 선사는 청정한 정신세계에서 유유히 노닐며 큰 깨달음의 경지에 올랐다.


선사의 이 개발품은 일본의 이른바 전국시대 때 민간으로 퍼져나갔다. 지방 영주들의 세력다툼 때문에 성내 주민들은 한시도 평안한 날 없이 전쟁터에 끌려다녀야 했다. 제대로 앉아 식사를 할 수 없었던 병사들은 서둘러 만든 주먹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다. 그러나 맨 주먹밥은 퍽퍽해서 잘 넘어가질 않았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선사는 목 넘기기도 좋고 반찬도 되는 무짠지를 내주었다.


얼마 전까지 다꽝이라고 했던 다쿠앙은 바로 선사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소금에 절였다 해서 염적무, 색깔이 그렇다 해서 노란 무로 부른 적도 있지만 지금은 주로 ‘단맛이 나는 무짠지’의 줄임말인 단무지로 부르고 있다.


선사의 단무지 식단에 비하면 당시 영주들의 밥상은 매우 질펀했다. 온갖 산해진미에 정력식, 장수식까지 곁들여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였다. 선사는 하는 일이 별로 없었고 영주들은 전쟁터에 몸을 내던졌으니 먹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었겠지만, 선사는 오래도록 살았고 영주들은 오십 넘기기가 힘들었다. 지나치게 많은 음식이 오장육부를 괴롭혀 수명을 단축시킨 탓이다.


조선의 명의 이제마 선생은 “식(食)은 삶을 유지하는 근본이지만 배 부르게 먹으면 해가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식이요법서라고 할 수 있는 ‘식료찬요(食療纂要)’는 그 서문에서 “음식이 으뜸이고 약이 다음이다. 절제하면 그 어떤 병도 생기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세계 학계가 소식(小食)논쟁을 벌이고 있다. ‘젊음 유지와 장수의 비결’이라는 주장과 ‘영양 불균형 초래’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밝혀지겠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은 아마도 우리 어른들 말처럼 ‘조금 모자란 듯이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많이 웃는 것’이 될 게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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