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고등어
- 김경숙(안동)
장날이면 어김없이
자전거 뒷자리에
간고등어 한 손
묶어 오시던 당신
며느리 사랑에
손수 숯불 피워
석쇠에 고등어 올려놓고
아끼시는 대추술 꺼내 오시며
“에미야! 밥 다 됐나?”
가시 발라 손자 입에
먼저 넣어 주시고
고등어 접시
며느리 앞으로
슬며시 밀어주시더니,
사흘 뒤면 당신의
두 번째 제사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
김경숙의 「간고등어」는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장날이면 자전거 뒤에 간고등어 한 손을 묶어 오던 한 가장의 소박한 일상, 그리고 숯불을 피워 가족의 저녁상을 마련하던 한 장면을 통해 사라져 가는 가족의 온기와 사랑을 되살려낸다.
그러나 시가 끝나는 순간, 독자는 그 평범했던 저녁 한 끼가 결코 평범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장날이면 어김없이 / 자전거 뒷자리에 / 간고등어 한 손 / 묶어 오시던 당신”
첫 부분은 안동이라는 지역적 정서와 함께 옛 시골 장날의 풍경을 생생하게 불러낸다.
간고등어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다. 냉장시설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 소금에 절여 오래 보관할 수 있었던 생활의 음식이면서 안동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배어 있는 향토적 표상이다.
따라서 ‘간고등어 한 손’에는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시대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음식의 배분이다.
“가시 발라 손자 입에 / 먼저 넣어 주시고 / 고등어 접시 / 며느리 앞으로 / 슬며시 밀어주시더니”
여기에서 시의 정서적 중심이 형성된다.
시아버지는 손자에게 먼저 살을 발라 먹이고, 좋은 반찬을 며느리 앞으로 슬며시 밀어준다. ‘슬며시’라는 부사가 참으로 절묘하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고맙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접시 하나를 조용히 앞으로 밀어놓는다. 그 작은 행동이 오히려 말보다 깊은 사랑을 전달한다.
특히 “에미야! 밥 다 됐나?”라는 한마디는 당시 가족의 생활 언어를 그대로 살려낸다. 문학적으로 꾸미지 않은 구어체가 오히려 장면을 살아 있게 만든다. 숯불 냄새가 나고, 고등어 굽는 소리가 들리고, 밥 익는 냄새가 풍기는 듯하다.
독자는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낡은 시골집의 저녁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작품의 진정한 반전은 마지막 두 행에 있다.
“사흘 뒤면 당신의 / 두 번째 제사입니다.”
앞의 모든 장면이 이 두 행을 위한 기억이었음이 드러난다. 살아 있을 때는 흔한 저녁상이었으나, 떠나고 나니 그 한 끼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 되어버렸다.
시인은 죽음을 직접적으로 슬퍼하거나 눈물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두 번째 제사”라고 말한다. 그래서 슬픔이 더 크다.
이 작품에서 간고등어는 ‘음식’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사랑’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한 손의 간고등어가 한 가족의 정을 품고 있고, 숯불과 석쇠는 그 사랑을 익혀내는 시간의 도구가 된다.
결국 한 끼의 밥상은 한 사람의 생애를 기억하는 작은 제단이 된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며느리’라는 존재다. 시아버지와 며느리는 전통적으로 거리와 긴장이 존재하기 쉬운 관계였지만, 이 작품 속 시아버지는 말없이 며느리를 챙긴다. 그것도 ‘슬며시’ 한다. 드러내지 않는 사랑, 표현하지 못한 사랑이기에 세월이 지난 뒤 더욱 사무친다.
그래서 이 시의 슬픔은 죽음 자체에 있지 않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한때의 저녁에 있다. 그때는 흔해서 몰랐고, 지나고 나서야 귀했던 시간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큰 사건을 기억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오래 남는 것은 의외로 작은 장면들이다.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 아버지가 사 온 과일 한 봉지, 말없이 내 앞으로 밀어놓던 반찬 한 접시처럼 평범했던 것들이 세월 뒤에는 가장 값진 유산이 된다.
「간고등어」가 독자의 가슴을 건드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랑은 반드시 큰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평범했던 한 끼가 훗날 평생을 붙잡는 기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품을 덮고 나면 문득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게 된다.
나에게도 그런 ‘간고등어 한 손’은 없었던가.
누군가 말없이 내 앞에 밀어놓았던 반찬 한 접시는 없었던가.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사랑이었던 한 장면은 없었던가.
그런 기억을 하나라도 가진 사람은 행복하다. 사람이 세월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때로 재산도 명예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다는 기억,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이다.
김경숙의 「간고등어」는 바로 그 오래된 사랑 한 토막을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처럼 오래 보존해 놓은 작품이다. 한 손의 간고등어가 한 생의 사랑이 되고, 한 끼의 밥상이 한 사람의 제삿날을 맞아 되살아나는 순간, 이 시는 음식시를 넘어 기억과 가족애의 시로 승화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에게도 평생 잊히지 않는 ‘간고등어 한 손’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