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국화

딸 아이에게 딸기가 원래 초여름 밭에서 나는 것이라 했더니 그래애? 하며 놀라워한다. 이젠 겨울과일을 여름에 팔고 여름과일을 겨울에 파는 것이 과일 판매의 무슨 '정석' 처럼 되었다. 겨울엔 겨울과일 먹고 여름엔 여름과일 먹으면 맛도 있고 영양도 있고 값도 싸련만 왜 구태여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땅을 더럽히고 에너지를 소모하며 꼭 제철이 아닌 걸 먹어야 하는 걸까.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디 과일 뿐인가. 여름엔 긴팔 입고 겨울엔 짧은팔 입는다. 여름엔 창문을 닫고 겨울엔 연다. 우리 생활 전반이 그렇게 철없고 '전도'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봄이었다. 꽃집 앞에 국화 화분이 나와 있다. 주인에게 이게 진짜 국화냐 물으니 요새는 못하는 재주가 없단다. 그러나 꽃잎이 국화라 해서 국화가 되는 건 아니잖은가 여름내 푸르던 것들이 하나 둘 이울고 자리에 누워 풀벌레 소리 듣다 잠이 드는 가을날, 아침에 창을 열면 뺨 위로 선듯 스치는 바람 한줄기에 이끌려 차가워진 슬리퍼를 끌고 뜰에 나서면 혼자 노랗게 피어있는 꽃. 그것이 국화다. 한 송이 국화가 피기 위해선 소쩍새도 울어야 하겠지만 국화는 저 혼자 국화가 아니다. 죽어가는 풀잎 발목에 감기는 바람과 들숨 한번에 온몸으로 스며드는 국향 그리고 그 푸르른 하늘... 이런 것들이 모두 어울려 비로소 한 송이 국화를 만드는 것이다. 국화에게서 이 모든 것을 빼앗아버리고 제 시절도 아닌 때에 억지로 꽃만 피게 하는 것은 여자의 몸을 토막토막 떼어내 포르노로 만드는 행위와 똑같은 발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