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플레이션 시대 오나…'고금리' 남미도 긴축 고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9-07 07:45

한은도 이례적 연속 인상… ECB·BOJ 등 주요국 통화 긴축 재개


에너지·서비스물가 상승… 팬데믹 시기 지연 대응 비판에 이번엔 선제 대응


브라질의 한 마트에서 장보는 여성브라질의 한 마트에서 장보는 여성 [EPA=연합뉴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에 이어 이례적으로 금리를 연속 인상한 것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간담회에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언급했다. 지속적 물가 상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였다. 향후에도 반년 이내에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금리 인상 분위기는 비단 한은만의 기조는 아니다. 물가 상승에 대응하는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인플레이션 조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기준금리가 10%를 웃도는 고금리 환경인 일부 중남미 지역조차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 속에서 긴축 고삐를 바짝 죄는 분위기다.


신현송 한은총재신현송 한은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유럽도 일본도 잇따라 긴축…"선제적 조기 대응"


6일(현지시간)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 곳곳이 '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원자재 상승, 서비스 물가의 고공행진 등이 이어지면서다.


특히 팬데믹 후속 대책이 이어지던 지난 2021~2022년, 급증하는 인플레이션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물가 잡기에 애를 먹었던 중앙은행들은 이번엔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리며 선제적 조기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6월, 2년 9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10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8월 유로존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3.3%에 도달하는 등 물가가 큰 폭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인상유가 인상 [EPA=연합뉴스]


일본은행(BOJ) 역시 지난 6월 기준금리인 정책금리를 연 '1.0% 정도'로 올려 1995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한 데 이어 이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장에서 보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여파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강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 금융정책의 심장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인플레이션 반등 신호에 따라 이달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며,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지난 2일 기준금리를 올리며 올해에만 2차례 인상을 단행했다.


폭락하는 엔화폭락하는 엔화 [로이터=연합뉴스]


◇ 에너지만의 문제 아니다…'근원 물가' 상승 압박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 잡기에 조기 등판한 것은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중동 분쟁에 따른 석유 및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이코노미스트 추정에 따르면 선진국 전반에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연간 평균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올해 초 2.7%에서 최근 2.9%로 상승했다.


특히 노동 비용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서비스 물가의 경우, 조사 대상 23개 선진국 중 3분의 2에서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소비자들이 향후 물가 상승을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까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으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굳어지기 전에 선제 대응에 나섰다.


2021년 팬데믹 당시 늑장 대응으로 비판받았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슬로베니아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정착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고,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위원도 에너지 비용 상승이 임금으로 전가될 때까지 기다리면 정책 당국이 또다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리비아 물가상승에 거리로 나선 시민들볼리비아 물가상승에 거리로 나선 시민들 [EPA=연합뉴스]


◇ 금리 높은 중남미도 인플레이션 확산 분위기


기준금리가 이미 두 자릿수에 달하거나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던 중남미 주요국들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조되면서 긴축을 고려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신흥국 중 상대적으로 물가가 안정적이었던 페루의 경우, 지난달 수도 리마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작년 동기 대비 4.44%를 기록하며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력·가스 등 공공요금 상승과 엘니뇨 기후 악재로 인한 농·수산업 타격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6개월 연속 중앙은행 목표치(1~3%)를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페루 중앙은행 역시 오는 1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4.25%로 12개월 연속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콜롬비아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금리를 3차례 인상해 기준금리를 12%까지 끌어올렸으나, 최근 시중 은행의 달러 유동성 부족 사태로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외환시장 불안까지 겹치면서 통화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달 열리는 대선 출마한 브라질 룰라 대통령내달 열리는 대선 출마한 브라질 룰라 대통령 [EPA=연합뉴스]


다른 중남미 국가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서비스 부문의 지속적인 물가 압력으로 8월 상반기 인플레이션이 3.26%로 반등하자 기준금리를 6.5%로 동결했다.


이미 기준금리가 14%에 달하는 브라질 역시 중동발 에너지 가격 불안과 룰라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 탓에 10월 대선을 앞두고도 완화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신용 대출 증가와 소비 자극책이 가계 부채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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