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 현장]② 한-독일 손잡은 케냐 직업교육…"청년 일자리 판 바꾼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10-12 09:06

GIZ 프로젝트 매니저 "코이카와 함께 현지 정부 변화…교육부 차관 설득"


교실-현장 오가는 '이원화 교육'에 엇박자 해소…친환경·여성 포용 앞장


한-독 직업교육 협력 이끄는 GIZ 프로젝트 매니저한-독 직업교육 협력 이끄는 GIZ 프로젝트 매니저 (나이로비=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호르스트 바우언파인드 독일 국제협력공사(GIZ) 프로젝트 매니저(PM)가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 GIZ 사무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12 raphael@yna.co.kr


(몸바사·나이로비[케냐]=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동아프리카 경제 관문 케냐 몸바사의 직업기술교육훈련(TVET) 현장이 청년들에게 단순히 기술을 전수하는 수준을 넘어 일자리와 국가 산업 경쟁력을 잇는 '교육 생태계 혁신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한국과 독일의 굳건한 파트너십이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독일 국제협력공사(GIZ)는 케냐 TVET 지원 사업을 공동 추진하며 청년 실업과 산업 인력 불일치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사업을 총괄하는 호르스트 바우언파인드(59) GIZ 프로젝트 매니저(PM)는 지난 8월 31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 GIZ 사무소에서 취재진을 만나 "양국은 직업교육을 바탕으로 강력한 경제 발전을 이룬 성공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냐 직업교육 혁신 이끄는 한국-독일 '원팀' 출범케냐 직업교육 혁신 이끄는 한국-독일 '원팀' 출범 (나이로비=연합뉴스)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독일 국제협력공사(GIZ)의 케냐 직업기술교육훈련(TVET) 공동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로렌스 구안타이 케냐 교육부 직업훈련 담당 국장, 강형식 주케냐 한국대사, 알렉산더 피얼리 주케냐 독일 부대사, 호르스트 바우언파인드 GIZ 프로젝트 매니저.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한-독 뭉치니 목소리 커졌다…중복 투자 줄이고 발언권 확대


두 기관의 공조는 현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여러 국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원조를 진행해 현지 정부가 혼선을 빚는 이른바 원조 분절화 문제를 극복한 모범 사례로 언급된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 현장을 누비며 직업교육 프로젝트를 총괄해 온 베테랑인 바우언파인드 PM은 두 나라의 결합이 지닌 파괴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독일이 오랜 세월 다져온 전통적인 현장 실습 시스템의 튼튼한 뼈대 위에, 한국이 단기간에 이룩한 역동적인 산업 발전 노하우와 고도의 행정력이 결합한 것이 이번 사업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나아가 두 기관이 손을 잡으면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케냐 정부의 정책 변화를 끌어내는 설득의 힘이 획기적으로 커졌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바우언파인드 PM은 "제도 개선을 위해 케냐 교육부 차관 등 고위 의사결정자를 설득할 때, 한 공여 기관이 개별적으로 나설 때보다 두 경제 강국이 '원팀'으로 통일된 목소리를 낼 때 파급력과 발언권이 훨씬 강력해진다"고 분석했다.


또 두 기관이 사무실, 차량, 운영 인력 등의 인프라를 공유함으로써 낭비되는 비용을 막고 예산 집행의 효율성도 크게 끌어올렸다고 덧붙였다.


'금녀의 벽' 허무는 케냐 몸바사 직업훈련 실습 현장'금녀의 벽' 허무는 케냐 몸바사 직업훈련 실습 현장 (몸바사=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케냐 '몸바사 기술대학교'(TUM)의 전기공과 직업기술교육훈련(TVET) 실습장에서 한 여성 훈련생이 한-독 협력 로고가 새겨진 안전모를 착용하고 전기 배선 실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2026.10.12 raphael@yna.co.kr 


◇ "엄지손가락 10개론 기능 못해…다양한 사회 구성원 참여해야"


이번 사업은 자동차 정비, 메카트로닉스 등 남성 전유물로 여겨지던 고숙련 기술 분야에 여성 청년들이 진입할 수 있는 실질적 경로를 열고 있다.


두 기관은 대중과 학부모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케냐 기능경기대회 메카트로닉스 부문에서 우승하고 아프리카 대회 3위를 차지한 여성 훈련생 사례를 롤모델로 내세워 청년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기업이 실습생을 요구할 때 남성만 고집하면 "왜 여성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꼬집고, 별도 여성 화장실이 있는지 등 근무 환경을 꼼꼼히 점검한다.


바우언파인드 PM은 "크고 튼튼하다고 해서 손에 엄지손가락만 10개가 있다면 손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며 "여성, 청년,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참여해야 생산성이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은 여학생들이 성차별이나 편견 때문에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제도적 울타리도 마련했다. 케냐 교육부와 직업교육 분야 최초로 국가 차원의 성평등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학교마다 여학생들의 고충을 전담 처리할 '젠더위원회'를 설치했다.


특히 기업 실습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희롱이나 부당한 대우를 막기 위한 '핫라인'도 구축했다.


바우언파인드 PM은 "여학생이 실습 중 차별이나 괴롭힘을 당할 경우, 산학 협력을 조율하는 '이원화 교육 전담 기구'(DTCU) 및 교육부 젠더 담당자에게 즉각 연결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조사에 착수하는 신속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독 산업 현장 맞춤형 기술 훈련 설비 갖춘 케냐 리코니 직업훈련원한-독 산업 현장 맞춤형 기술 훈련 설비 갖춘 케냐 리코니 직업훈련원 (몸바사=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케냐 몸바사 리코니 직업훈련원에 마련된 냉동 공조 및 산업 설비 실습장 모습. 한국과 독일의 지원을 통해 훈련생들은 실제 산업 현장과 유사한 장비로 실무 역량을 키우고 있다. 2026.10.12 raphael@yna.co.kr


◇ 낡은 냉매 대신 친환경…'현장 밀착형' 교사 길러 자생력 키운다


교육 커리큘럼은 미래 산업 지형에 맞춰 '친환경화'로 재편 중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평가받고 이수해야 하는 세부 직무 기술 항목 전체를 국제 친환경 표준에 맞춰 하나하나 재정비했다.


두 기관은 과거처럼 국제 표준에 어긋나는 유해 냉매를 다루는 방식은 전면 폐기하고, 배터리 등 화학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절차를 필수 실무 역량에 포함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바우언파인드 PM은 이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독성 물질로부터 근로자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지키고, 기업의 에너지 낭비를 줄여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커리큘럼 혁신과 더불어 학교 교실과 실제 산업 현장을 번갈아 오가며 배우는 '듀얼 직업훈련'(Dual TVET)이 제대로 자리 잡도록 교사들의 실력도 끌어올리고 있다.


도요타 케냐 소속 현장 기술자들에게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법을 전수하고, 반대로 실무 경험이 부족한 학교 교사들에게는 산업 전문가를 초빙해 최신 기술 연수를 제공한다.


특히 이 과정은 공여 기관이 직접 주도하기보다 케냐 TVET 학교(KSTVET)에 위임해 진행한다. 코이카와 GIZ의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케냐 자체 기관이 주도적으로 직업교육 생태계를 끌고 나갈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현장에서 확인하는 한-독 직업기술교육훈련 성과현장에서 확인하는 한-독 직업기술교육훈련 성과 (나이로비=연합뉴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독일 GIZ가 협력하는 케냐 TVET 사업 성과 관리를 맡은 한국개발전략연구소(KDS) 모니터링 연구진이 올해 현지의 한 자동차 정비 기업을 방문해, 청년들의 현장 실습(OJT)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GIZ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졸업 6개월 전부터 취·창업 준비…졸업생 추적 관리 시스템


전체 지원 과정은 '준비-실행-취업 전환'의 3단계로 운영된다. 이 중 취업 전환은 훈련이 다 끝난 뒤가 아니라 '졸업 6개월 전'부터 선제적으로 가동된다.


학생들은 이 기간 이력서 작성, 구직 상담은 물론 창업 교육도 별도로 받는다. 우수한 기술을 배워도 케냐 현지 기업들이 모든 인력을 채용하기는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 학생 스스로 사업을 일굴 수 있는 밑천까지 길러주는 것이다.


고질적 약점으로 꼽히던 '고용 데이터 부재' 문제도 바로잡고 있다. 코이카와 GIZ는 자체적인 졸업생 취업 추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케냐 정부 차원에서 일자리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신뢰도 높은 데이터 관리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바우언파인드 PM은 "현재 케냐 노동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자동차 작동 원리는 빠삭하게 알면서 정작 고장 난 차는 고치지 못하는 치명적인 엇박자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간 산업 현장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케냐 실정에 맞게 접목해, 단순한 자격증 취득자를 넘어 현장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고 케냐 경제의 체질을 한 차원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첨단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 재교육받는 케냐 현직 엔지니어들첨단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 재교육받는 케냐 현직 엔지니어들 (몸바사=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2일(현지시간) 케냐 국가산업훈련청(NITA) 몸바사 센터에서 대형 데이터센터(iColo) 파견 엔지니어들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지원한 실습 장비를 활용해 고난도 정밀 냉동공조 기술을 재교육받고 있다. 2026.10.12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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