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드대 심리학과 실험] ‘보이지 않는 고릴라’ 무지(無知)의 맹시(盲視)실험 영상에서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11-04 07:52

  

[하바드대학의 심리 실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영상을 보고


공 패스에 갇힌 시선, 그리고 11월 만추의 빈손을 생각해 본다


하바드대학교의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심리 실험 영상은 인간 시각의 맹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흰색 옷을 입은 팀과 검은색 옷을 입은 팀이 어울려 공을 주고받는 1분 남짓의 화면 속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흰색 팀의 패스 횟수를 정확히 세어보라고 주문한다.


정답은 16회. 


참가자들은 스스로의 정확한 눈썰미에 안도하지만, 이내 공개된 충격적 반전에 말을 잃는다. 공을 세는 데 몰두한 사이, 고릴라 분장을 한 사람이 유유히 중앙을 질러가고, 배경 커튼 색이 바뀌며, 심지어 선수 한 명이 슬그머니 코트를 이탈했음에도 대다수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이 일에 몰두할 때는

보고 싶은 것만 가려 보고, 듣고 싶은 것만 가려 듣는 세태의 심리를 알아 보는 실험으로 보기 싫은 것은 보지 않고, 듣기 싫은 것은 듣지 않는 시ㆍ 청 ㆍ미각ㆍ문화ㆍ인간 교류의 편향 의식을 알아 보고 있다


우리가 몰입했던 ‘공’을 삶의 현장에 대입해 본다. 그 공의 이름은 때로 지위나 명예이고, 때로는 돈이나 출세, 혹은 타인의 시선 ㆍ관계이다.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 눈에 불을 켜고 살아가느라 정작 우리 곁을 지나가는 진짜 중요한 가치들을 못 보고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곁에 있던 사람이 조용히 사라지는 줄도 모르고, 세상이라는 배경이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줄도 모른 채, 오직 눈앞의 ‘숫자 카운트’에만 영혼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닮아 있다.


11월은 가을 추수가 마무리되고, 찬 바람과 서리에 젖은 초목이 한 생을 마감하며 긴 동면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교회의 전례로도 죽은 이를 기억하는 ‘위령(慰靈)의 달’이다. 떨어진 낙엽이 길 위에 나뒹구는 모습은 언젠가 도달할 우리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미리 보여준다.


모든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결국 빈손으로 돌아간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이치를 모르는 바 아니건만, 코앞에 다가온 삶의 종착역은 잊은 채 매 순간 천태만상의 욕망에 매여 헛발짓ㆍ헛된 패스만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 계절, 잠시 공에서 눈을 떼고 시선을 넓혀 볼 일이다. 


먼저 떠나간 조상과 부모, 형제와 지인들의 삶을 조용히 추념하며, 그들이 남긴 묵직한 물음 앞에 서 본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보며 살어가고 있는가.”

혹시나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눈앞의 패스 횟수를 맞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삶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지혜다. 


계절의 끝자락에서, 덧없는 공놀이를 멈추고 비워진 손에 무엇을 채워야 할지 깊이 묵상해 보면 어떨까.


* 참고 영상 

https://youtu.be/kSv6jn2bUNA?si=Kf2GFCxA6OU4Do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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