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이 그린 해고노동자 가족…'심장소리'와 '가능한 사랑'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11-08 08:10

설경구·전도연, 두 작품서 부부로 등장…아들 이름도 '철이'


단편은 아이의 불안에 집중…장편은 노동자들의 투쟁·상처 구체화


영화 '심장소리' 속 한 장면영화 '심장소리'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해고 노동자인 아버지와 그의 투쟁을 지켜보는 가족. 이창동 감독의 첫 단편 영화 '심장소리'와 장편 신작 '가능한 사랑'에는 닮은 인물과 상황이 등장한다.


두 작품 모두 설경구와 전도연이 부부로 등장하고, 이들에게는 '철이'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다. 해고 노동자 가족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바탕으로 하지만, 노동자의 투쟁과 그 상처를 그려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넷플릭스에서 2일 공개된 '심장소리'(2022)는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와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하는 아버지를 둔 소년 철이(김건우 분)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영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베이징 당대예술기금회(BCAF)의 제안으로 우울증을 주제로 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


철이는 어느 날 학교에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며 집으로 달려간다.


영화는 쉴 새 없이 달리는 철이의 얼굴을 화면 가득 담는다. 어머니의 안위를 확인하려는 아이의 다급한 발걸음과 표정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도 초등학생 아이가 겪기에는 너무 가혹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같이 느끼게 된다.


'심장소리'에서 아버지의 해고와 타워크레인 농성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이 감독은 노동자의 투쟁이 가족에게 남긴 상처를 어린아이의 일상에서 포착한다.


영화 '가능한 사랑' 속 한 장면영화 '가능한 사랑'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감독은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가능한 사랑'에서 해고 노동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다뤘다.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 작품은 '버닝'(2018)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장편 신작이다.


설경구가 연기한 호석은 과거 총파업과 강제 진압 과정에서 겪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해고 노동자다.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은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며 남편과 열 살 난 아들 철이를 돌본다.


이번에는 어린 아들이 아닌 부모 세대의 삶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호석의 옛 직장 동료 장례식장에서 만난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가 부부에게 인터뷰를 제안하면서 이들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다.


호석·미옥 부부와 예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가 가까워질수록 경제적 격차뿐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삶의 태도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상우는 막대한 부를 상속받아 자산을 불려 나가는 인물로, 자본의 힘을 상징한다. 해고로 노동의 가치를 부정당한 호석과 생계를 책임지는 미옥 부부의 삶과 대조를 이룬다.


'심장소리'에서 배경으로 남아 있던 노동자들의 투쟁은 '가능한 사랑'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총파업과 폭력적인 진압 장면이 등장하고, 해고 노동자들이 집단 심리치료를 받으며 각자의 상처를 털어놓는 과정도 긴 호흡으로 담아낸다.


특히 집단 심리치료 장면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극영화 속에 노동자들의 증언을 길게 배치하면서 그들이 겪은 고통에 현실감을 더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 속 한 장면영화 '가능한 사랑'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영화의 바탕에는 이 감독이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이 있다. 노동자의 고통을 영화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이 감독은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 등에서 10여 년 전 국내 대기업의 대규모 정리해고와 노동자들의 파업, 강제 진압 사건을 접하고 영화화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저항과 진압 과정을 극영화로 재현하는 것이 적절하고 의미가 있을지, 실제 사건을 극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 윤리적인지 고민한 끝에 제작을 중단했다.


이후 당시 구상했던 이야기에서 출발해 단편 '심장소리'를 만들었고, 다큐멘터리 감독의 이야기를 결합하면서 장편 '가능한 사랑'으로 발전시켰다.


이 감독은 '가능한 사랑'의 넷플릭스 공개일인 6일 취재진과 만나 과거 영화 제작을 중단하면서 취재에 응해준 해고 노동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함께 식사하면서 언젠가 다시 (영화화를) 해보겠다고 약속했는데 믿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며 "이번 작품이 어느 정도 완성된 뒤에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자신들의 이야기가 그냥 묻히지 않고 뭔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며 "영화를 보고 치유받는 것 같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는데 참 다행이고 고마웠다"고 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 포스터영화 '가능한 사랑'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등록일자2025-07-05
오픈일자2025-07-05
발행일자2026-11-08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274-3.일심빌딩 302호 031-781-9811.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